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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모찌의 맛있는 책 읽기
  • 경계 위 그리스도인
  • 최병인
  • 14,250원 (5%750)
  • 2025-07-25
  • : 419



불안하다. 혼란스러운 세상 한 가운데서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그리하여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휘청인다. 무엇이 옳은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더 어려운 질문으로 남는다. 분명한 기준을 붙들고 싶지만, 손에 쥐어지는 것은 늘 흐릿한 감각뿐이다. 그래서 더 자주 멈추고, 더 자주 흔들린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모이지만, 어쩌면 죽음을 향해 모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낯설기보다 익숙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이미 그 역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감각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화려한 도시의 표면이 아니라 그 아래 흐르는 불안과 균열을 바라본다. 그래서 이 책은 각각의 장면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 익숙했던 세계가 조금씩 낯설어진다.


이 책의 관심은 언제나 경계다. 삶과 죽음, 긍정과 부정, 희망과 절망 사이.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이를 오가며 긴장을 유지한다. 우리는 그 경계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향해 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 모순을 인정하는 순간, 삶은 더 정직해진다.


저자의 고백은 조심스럽지만 솔직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느꼈던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담긴다. 타인의 말보다 자신의 흔들림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 글은 누군가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 진솔함이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 읽는 동안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쉼에 대한 문장은 이 책의 결을 잘 드러낸다. 기꺼이 쉴 수 있는 태도가 삶의 완성도를 보여 준다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더 많이 붙드는 것을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을 이야기한다. 쉼은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삶의 주도권에서 나온다. 붙들고 있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상태. 그 상태가 진짜 자유에 가깝다.


사랑에 대한 통찰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한다. 참된 사랑은 관계 안에서는 분명한 경계를 만든다. 동시에 그 바깥에서는 자유를 허락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끌어안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한다. 그래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질서가 된다. 내가 사랑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나를 이끈다. 그 전환이 관계를 새롭게 만든다.


이 책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계시 이해가 놓여 있다. 하나님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저자는 예수의 말과 삶이 곧 하나님의 드러남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신앙은 개념을 쌓아 올리는 일이 아니다. 한 인격을 바라보고 그 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하나님은 추상적인 대상이 아니라 만나지는 분이다. 그 만남이 신앙의 출발점이 된다.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논의도 그 흐름 안에 놓인다. 인간의 이성이나 도덕성, 관계성으로 설명해 온 여러 시도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설명은 나름의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어느 하나로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도 드러난다. 결국 시선은 다시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모인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어 보여 주신 모습. 그분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신학적 논의가 삶의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방향을 제시한다. 경계 위에 선 채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간다. 흔들림을 제거하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균형을 찾는다. 확실함보다 성실함을 붙든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예수를 바라본다. 신앙은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해서 조정되고 다듬어진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읽고 나면 삶이 더 솔직해진다.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부인하지 않게 된다. 동시에 그 자리에서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경계 위에 선 채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경계가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다.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만남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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