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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모찌의 맛있는 책 읽기
  • 히브리서
  • 노승수
  • 25,200원 (10%1,400)
  • 2025-12-31
  • : 290


노승수 목사의 『히브리서』는 난해하게 느껴지기 쉬운 히브리서를 큰 흐름 속에서 풀어 주면서, 그 중심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또렷하게 바라보게 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큰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이 책을 힘겹게 써 내려갔고, 그 치열한 집필의 흔적은 책 전체에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저자의 사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시간을 통과한 사람이기에 히브리서가 말하는 인내, 순종, 소망의 메시지를 더 절실하게 길어 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본문을 치밀하게 해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신앙의 진정성이 함께 살아 있는 기록으로 읽힙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설명하는 히브리서와 저자가 붙들고 버틴 복음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히브리서 전체를 읽는 큰 틀을 분명하게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히브리서를 ‘율법과 성전’이라는 두 축으로 정리하며, 책 전체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1–2장은 계시와 율법의 문제를, 3장 이후는 성전과 대제사장직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구도 속에서 히브리서는 난해한 논증의 집합이 아니라, 구약의 그림자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드러내는 책으로 읽힙니다. 덕분에 독자는 본문을 따라가다가 길을 잃지 않고, 각 단락이 결국 어디를 향하는지 붙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세부 주해를 제공하면서도 숲 전체를 잃지 않게 해 준다는 점에서 큰 힘을 가집니다.


특히 저자는 율법을 다루는 방식에서 이 책의 성격을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율법은 인간의 죄와 무능을 드러내지만, 사람을 정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하나님의 부르심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설명은 율법과 복음을 단순히 대립시키지 않고, 복음에 이르는 하나님의 질서 속에서 함께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히브리서가 말하는 경고와 권면도 차가운 위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끝까지 붙드시는 방식으로 읽히게 됩니다. 저자는 개혁주의 신학의 단단한 틀 위에서 이 문제를 풀어 가지만, 설명은 교리적 선언에 머물지 않고 성도의 실제 삶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교리를 정리하는 책이면서도 동시에 복음의 길을 다시 보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중심부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대목은 12장 「자비로운 대제사장 그리스도」입니다. 저자는 히브리서 5장 1–10절을 따라가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떤 의미에서 참된 대제사장이신지를 매우 탄탄하게 설명합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자비가 막연한 위로나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사람 가운데서 택함을 입으셨고, 인간의 연약한 조건 안으로 들어오셨으며, 통곡과 눈물의 자리까지 감당하신 분으로 드러납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는 우리의 형편을 멀리서 판단하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연약을 아시고 품으시는 대제사장으로 제시됩니다. 이 장은 히브리서의 기독론이 얼마나 높고 깊은지를 보여 주면서도, 그 높이가 어떻게 성도의 위로가 되는지를 함께 드러냅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을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그리스도의 순종은 십자가 직전의 한순간만을 가리키지 않고, 성육신에서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이르는 전 생애의 순종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순종을 배우셨다”는 표현도 단순한 수난의 묘사가 아니라, 구원의 길을 이루시는 그리스도의 전 생애적 사역을 드러내는 말이 됩니다. 더 나아가 저자는 우리의 구원이 우리 자신의 순종의 완전함에 달려 있지 않고,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완전한 순종에 달려 있음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여기서 개혁주의 신학의 장점이 잘 드러납니다. 구원의 근거를 인간 안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두는 설명이 책 전체를 안정감 있게 붙들어 줍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의 제사장 직분을 과거의 사건으로만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귀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그리스도는 한 번 자신을 제물로 드리신 분일 뿐 아니라, 지금도 자기 백성을 위해 간구하시는 대제사장이십니다. 그러므로 히브리서의 복음은 단지 “한때 있었던 구원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중보와 돌보심의 복음으로 읽힙니다. 이 설명은 고난 중에 있는 성도에게 매우 실제적인 위로를 건넵니다. 우리는 이미 완성된 구원을 믿을 뿐 아니라, 지금도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시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히브리서』는 교리서를 넘어서 현재의 신앙을 붙드는 책이 됩니다.


42장 「마지막 권면과 인사」는 이 책 전체를 다시 조망하게 해 주는 결론부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히브리서 전체를 다시 ‘율법과 성전’이라는 구조 안에서 정리하며, 왜 이 틀이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밝힙니다. 인간은 죄책과 부패 가운데 놓여 있으며,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도 없고 참된 선에 이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율법으로 우리의 실상을 드러내시고, 성전과 대제사장 되신 그리스도를 통해 자기에게 나아오는 길을 여십니다. 이 결론부를 읽고 나면, 앞에서 읽어 온 모든 논의가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구원의 질서를 드러내고 있었다는 점이 또렷해집니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히브리서를 단지 해설하지 않고, 그 전체 구조를 다시 독자의 손에 쥐여 줍니다.


후반부에서 더욱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히브리서 11장 이후를 믿음, 소망, 사랑의 흐름으로 읽는 방식입니다. 그는 개혁신앙의 “오직 믿음”이 소망과 사랑을 지우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낳는 시작이라고 설명합니다. 믿음은 그리스도께 자신을 맡기는 관계의 출발이며, 소망은 그 관계를 미래까지 붙드는 힘이고, 사랑은 그 관계가 삶 속에서 맺는 열매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단지 개인의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신자 간의 관계와 교회 공동체와 더 넓은 사회적 삶 속에서 윤리적 결실로 드러나야 합니다. 이 설명은 히브리서를 교리의 책으로만 좁히지 않고, 공동체를 세우는 책으로 다시 읽게 만듭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복음을 말하면서도 끝내 삶을 놓치지 않습니다.


노승수 목사의 『히브리서』는 본문을 깊이 해설하면서도 큰 그림을 놓치지 않는 책입니다. 율법과 성전이라는 구조, 자비로운 대제사장 그리스도, 완전한 순종과 현재의 중보, 그리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열매가 한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집니다. 책은 분명히 개혁주의 신학 위에 서 있지만, 그 설명은 건조하거나 닫혀 있지 않고 목회적이며 실제적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신학생과 설교자에게는 해석의 틀을 제공하고, 평신도 독자에게는 히브리서를 더 분명하게 붙들 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누구를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차분하고도 분명하게 일깨워 줍니다. 히브리서를 더 깊이 읽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그리스도를 더 선명하게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오래 곁에 둘 만한 든든한 길동무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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