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건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명랑한 유언』은 그 주제를 무겁고 음울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제목처럼 오히려 유쾌하고 명랑한 목소리로, 죽음과 삶을 동시에 바라보게 합니다.
이 책은 암이라는 현실을 마주한 오효정 작가와,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민정 작가가 번갈아 글을 쓰며 엮어낸 기록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시선과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의 마음이 교차하며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한쪽의 독백으로만 끝나지 않고, 서로의 감정을 비추어주는 거울처럼 읽힙니다.
오효정 작가의 글은 담담하지만 날카롭습니다. 암이라는 질병을 마주하면서도 절망에 함몰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명랑하게 웃고, 때로는 직설적으로 고통을 기록합니다.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결연함이 느껴집니다.
반면 구민정 작가의 글은 곁에서 바라보는 이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힘겹고도 귀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이 단순히 수고가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임을 알려줍니다.
두 작가의 문장은 서로를 비춰주며 깊이를 더합니다. 오효정의 고백이 눈물이라면, 구민정의 기록은 그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같습니다. 번갈아 이어지는 글을 읽는 동안, 우리는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결코 혼자의 것이 아님을 배웁니다.
책은 유언을 단순히 마지막 말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태도, 나누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유언이 된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삶의 문장이 결국 우리의 유언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읽다 보면, 유언은 죽음의 문턱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 이미 쓰여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삶은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무겁지 않게 풀어낸 진지함입니다.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억지로 눈물만 강요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농담처럼 가볍게, 때로는 조용히 울림을 주며 독자를 삶의 자리로 다시 불러냅니다.
『명랑한 유언』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삶을 더 명랑하게 살아내자는 초대입니다. 두려움 대신 오늘을 붙들고, 불안 대신 사랑을 나누라고 말합니다. 죽음을 담담히 마주하는 일이 오히려 지금의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듭니다.
또한 질문합니다. 오늘 내가 남기는 말과 행동은 어떤 유언이 되고 있을까.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조용히 건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을 더 명랑하게 살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