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불행은 순식간에 다가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틈입하여 오기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썩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듯합니다. 여전한 차별과 편견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삶 곳곳에 배여있습니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나보다 더 아파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힘겹고 어려운 순간에 놓여있다 생각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나에게 집중되었던 시선을 거두어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말입니다.
이러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서사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의미 없던 당신이 어느 순간 의미로 다가옵니다. 아주 작은 이야기일지라도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들려져야 합니다. 그때에야 그들의 척박한 삶의 모습이 우리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임스 맥브라이드(James McBride)는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섬세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있습니다. 우리 또한 그릇된 시선으로 누군가를 봐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지요. 맥브라이드는 이 책 『하늘과 땅 식료품점』에서도 훌륭하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려냅니다.
이 이야기 곳곳에 숨겨져 있는 작가의 삶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작가이면서도 재즈 뮤지션인 그는 재즈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의 모습을 풍성하게 그려냅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빈민가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경험이 작품에 깊게 스며들어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의 장벽은 소설 곳곳에 드러납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대접을 받아야만 했던 사람들. 실제로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이지만, 아주 단단하게 뿌리내려있는 보이지 않는 굳건한 장벽입니다.
아프고 힘겨운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더 큰 이야기를 향해 나아갑니다. 작은 도움인 것 같지만, 세상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움직임입니다. 재물과 권력에 이끌려 살아가는 사람들도 등장하지만, 그보다도 더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이웃의 아픔에 기꺼이 동참하는 사람들이죠.
쉽싸리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참 희망은 무겁습니다. 아픔에서 피어나는 것이며, 모두의 하나 된 마음이 필요한 것이죠. 꼭 행복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져 있지 않고, 누군가가 자신을 내어던져 우리를 사랑하고 함께 하기를 원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충분합니다.
*이 리뷰는 미래지향(@miraejihyang_book)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