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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myeeun의 서재
  • 엘레나는 알고 있다
  •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 14,850원 (10%820)
  • 2023-05-31
  • : 769
엘레나의 딸 리타는 비 오는 날 밤 성당에서 죽었다. 경찰도, 마을 사람들도, 리타의 남자 친구까지도 리타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엘레나는 알고 있다. 리타는 자살하지 않았다. 리타가 비 오는 날의 성당을 무서워했다는 걸 엘레나는 엄마로서 알고 있다. 그러니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엘레나는 파킨슨 병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떠나기로 한다. 20년 전 리타에기 빚을 진 이사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엘레나는 리타가 자살했다 생각하는 형사에게 모르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 말은 『엘레나를 알고 있다』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의 입을 통해 반복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을 규정하고 단죄하는 남성 인물에게 '당신은 나의 마음을 모른다'고 말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사회와 이를 거부하는 여성의 저항은 엘레나, 리타, 이사벨로 세대를 거쳐 이어진다. 하지만 피녜이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복잡한 현실을 책에 담아낸다.

'모르면 아무 말 하지 말라'는 외침은 엘레나와 리타, 그리고 이사벨이 서로를 향해 소리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여성들이 세상의 규정에 저항하지만 동시에 이를 내면화해 다른 여성의 몸을 규정하는 슬픈 모순을 보여준다. 같은 '여성'으로서 했던 말들은 '이해'의 탈을 쓴 또 다른 단죄가 되었다. 피녜이로는 이렇게 세대 간의 연결과 불화를 통해 섬세하게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를 풀어낸다.


파킨슨병은 엘레나를 고개 숙이게 만든다. 목빗근이 뻣뻣해져 땅을 보고 걸어야 하는 엘레나는 꼭 죄를 지은 사람 같다. 그건 자신의 몸으로 부정을 저지른 여자, 자살이든 낙태든 안락사든, 하느님이 주신 몸을 함부로 사용한 여자와도 닮은 모습이다. 하지만 엘레나는 고개 숙인 상태로 고개 숙이기를 거부한다. 엘레나의 이러한 의지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꺾이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또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엘레나의 여정을 통해 이렇게 질문한다. 신부는 리타의 타살을 주장하는 엘레나에게 교만하다고 말한다. 현실은 정반대인데 엘레나가 이를 부정하고 자신이 진실을 '알고 있다' 주장한다고, 이는 허영과 교만의 죄라고 말이다. 엘레나는 물론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신부도 틀렸다. 고통, 죄책감, 수치심, 굴욕감을 떠안고도 이사벨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그 마음은 오직 엘레나만이 알고 있다. 엘레나는 아무리 사회가 문화의 이름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도덕의 이름으로 여성의 몸을 구속하고 여성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도 그들이 각자의 진심까지 모르게 만들 수는 없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진심은 진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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