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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myeeun의 서재
  • 하이라이프
  • 김사과
  • 13,500원 (10%750)
  • 2024-03-29
  • : 856
소설 속 인물들은 '하이라이프'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마약을 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에 몰두한다. 고급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가 하면 '보헤미안' 친구를 사귄다. 하지만 다들 도시의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서문에서 작가는 도시에서 오래 산 인간은 쥐와 귀신으로 변한다고 밝힌다. 쥐와 귀신은 땅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도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인간이지 쥐와 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내내 '하이라이프'를 포기하지 않는다.

-소비자본주의 시대의 진정한 일꾼은 나와 같은 소비자이지, 노동자가 아니라!
<하이라이프>에서

-여행 중에는 언제나 이런저런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법이잖아?/ 그리고 물론 사진들! 수백 수천장의 사진들!/ 어떤 사진을 업로드하고, 또 어떤 건 삭제해야 할지, 고르는 작업은 지겹지도 않았어. 심지어 끝도 없게 느껴졌으니까.
-근데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게 아니겠어?/ 사진 밖의 나를 누가 기억하지? 넌 기억하니?/ 난 안 나. 사진 밖의 너란 존재, 나에겐 귀신보다도 낯설어.
<♡ 1 0 0 4 7 9 ♡ >에서

무서웠던 건 '하이라이프'를 향한 인물들의 몸부림이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인물들과 나를 분리하고 비난하기엔, 끝없는 소비와 SNS 속 사진은 이미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가깝다. 어쩌면 삶 자체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낯선 점은 소설은 나에게 익숙한 삶을 그리고 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찝찝함은 일상 속에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은 우습다. 하지만 절대로 웃음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 그건 아마도 아무도 웃음을 터뜨리지 않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아무도 웃지 않으니 우스운 것도 진지한 것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하이라이프》는 아무도 웃지 않는 정적을 깬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웃기게 돌아가는지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세상을 깔깔 비웃는다. 고층 아파트의 행복, 인스타의 멋진 사진 속 행복, 쾌적한 쇼핑몰의 행복을 비웃으면서 끝없는 행복을 간편하게 가질 수 있다는 행복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행복이 무너져도 마음은 더 편하다. 허상의 행복보다는 행복하지 않은 것이 낫다는 것을《하이라이프》를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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