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삶을 말하다
다산 2020/10/20 21:36
다산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우주를 만지다
- 권재술
- 14,400원 (10%↓
800) - 2020-09-29
: 798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이라는 표제어에 끌렸다. 과학 특히 물리학이라고 하면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나와는 무관한 분야라 생각했고, 과학자들 중에서도 천재들이나 다루는 영역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렵게만 생각했던 물리학을 삶과 연관지어 설명한 에세이라니 구미가 당겼다. 또 책 뒤의 추천글은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더 많았는데 하나 같이 찬사 일색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물리학에 대한 거부감은 지울 수 있지 않을까, 물리학이 대체 뭐고, 왜 알아야 하는 건지에 대한 내 오래된 무식과 무관심을 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소제목 별로 서너 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에세이라 일단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물리학 개념이 일상의 고민이나 성찰과 연결되어 저자 나름의 인문학적인 통찰을 보여주어서 놀라웠다. 그리고 그 내용을 다시 짧은 시로 정리해서 다시 리뷰하듯 읽을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아보가드로수의 비밀>이라는 글을 읽으며 아보가드로수가 무언지 이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보가드로수의 우리의 생활에서 갖는 의미도 알게 되었다. 아보가드로수는 물질 1몰에 들어 있는 원자 수란다. 1몰은 대략 화학실험실에서 사람이 취급할 수 있는 정도의 양이다. 아보가드로수는 약 6×10²³개란다. 억, 조, 경을 넘는 엄청나게 큰 수다. 물 한 방울에 들어 있는 원자 수, 우리가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가 내놓는 공기 분자의 수가 대략 이 아보가드로수만큼이란다.
아보가드로수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구분하는 숫자란다. 미시세계는 원자 수준의 세계를 말하고, 거시세계는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세계를 말하는데 원자가 이 아보가드로수만큼 모여야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세계의 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는 단지 크기의 차이가 아니란다. 원자가 아보가드로수 만큼 모이면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인간 개인과 군중으로 빗대어 설명한다.
“군중은 개개의 인간이 모인 집단이지만 개개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특성이 생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이루어진 군중도 적개심으로 가득 찰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자도 많이 모이면 독립된 원자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는 다르다.”
그 외에도 별, 지구, 일식, 원자, 분자, 엔트로피, 진공, 시간, 공간 등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과학 용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 특히 인문학적인 사유를 담은 언어로 설명해 주어서 새롭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