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는 카메라와 정상 시력과 두근대는 심장을 가진 비로봇으로 지구의 특이점 앞에서 삐끗한다. 촬영 중인 그의 옆구리에 쿵, 충격이 전해진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P53
그리고 지구의 소리는 오케스트라처럼 복잡하다. 조율하지 않은 채 활을 켜고 목관 악기를 부는 밴드 연습 소리,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뒤틀리는 엔진의 광활한 소리, 은하계 부족들이 빛의 속도로 벌이는 전쟁 소리, 습한 열대 우림 아침에 반사되어 퍼지는 새들의 지저귐, 일렉트로닉 트랜스 음악의 도입부, 그리고 배경으로는 울림소리가, 빈 목구멍에 모이는 소리가 깔린다. 화음이 어설프게 형체를 잡아 간다. 아주 멀리 떨어진 목소리들이 합쳐진다. 천상의 지속음이 잡음을 뚫고 길게 펼쳐진다. 아주 신중하게 시작되는 합창 소리처럼 노래가 터져 나올 것 같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그리고 윤이 나는 구슬 행성은 잠깐이지만 아주 달콤한 노래를 부른다. 지구의 빛이 합창한다. 그 빛은 1조 개 물체들의 앙상블이다. 짧은 순간에 모여 하나가 되고는, 거칠고 경쾌한 세상의 잡음 은하계 목관 악기 열대 우림 트랜스 음악으로 요란하게 뒤죽박죽 다시 흩어진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P188
집에 있는 아내도 오랫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뒀다. 너희 중 누구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마치 자신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 것처럼. 안톤은 온 가족을 등에 업고 어둠을 지나는 중이고, 그 무게를 아주 오랫동안 지고 살았다. 그러나 그도, 우리 모두 그렇듯, 어둠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걸 가족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기분 상하지 않게 아내에게 말할 수 있을까.자부뎀, 라드노? 우리 그냥 잊는 거 어때? 관두자. 더 이상 사랑하지도 않는데, 간단한 문제를 뭐 하러 복잡하게 만들어? 혹을 발견했을 때 안톤은 곧장 그 문장을 떠올렸다.자부뎀, 라드노? 머릿속에서는 참 산뜻하고 쉬운 말이었다. 어색한 대화 정도를 끝마치자고 하는 것처럼. 그 가벼운 말 한마디면 수십 년 동안 속 썩였던 내면의 고통도 끝이었다. 그는 그 말을 내뱉으면 자신과 아내와 아이들까지 모두 해방되리라고 확신한다. 구해 내야 했으나 절대 구해 낼 수 없었던 어둠에서 해방될 것이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