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보는 행위의 목적 자체가 세상에 만연한 쓸모없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데 있다는 이야기는 생략했습니다. 그걸 말하기 시작하면 인간의 살아 있음 자체가 쓸모없다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기가 어려우니까요.
-알라딘 eBook <절창> (구병모 지음) 중에서- P132
말하자면 책을 읽고 반드시 무언가를 느껴야만 하는 것인지, 인간은 바로 그 지점부터 문제삼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고정관념과 강박의 소산 아닐까요. 독서교실 문을 닫기 전까지 나를 제일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수업료 상습 체납과 자잘한 민원보다는, 쾌락이든 교훈이든 특히 각종 시험 대비 측면에서 독서를 통해 필히 영양가로 표시할 수 있는 수준의 효능감을 얻어야 한다는 학생 보호자들의 믿음이었습니다. 그 같은 사고는 무용한 과잉에 대한 나의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알라딘 eBook <절창> (구병모 지음) 중에서- P132
반대로 열두 가지 재주에 저녁거리 없다고도 하는걸. 각자 자기 몫이 있어. 작을 수도 클 수도 있고, 작다고 해서 작게만 살아가란 법도 없고, 전혀 없다고 해서 없이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고.
-알라딘 eBook <절창> (구병모 지음) 중에서- P138
위협에 따라 원치 않는 머릿속을 읽어낸 걸 발설했을 뿐이라 해도, 누가 문을 열어주거나 바람이 불어와주지 않으면 흔들리지도 소리 내지도 못하는 풍경風磬과 같은 수동성에 한해서는 말이야.
-알라딘 eBook <절창> (구병모 지음) 중에서-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