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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운님의 서재
  • 고요로 가야겠다
  • 도종환
  • 14,400원 (10%800)
  • 2025-11-10
  • : 7,750
오랜 세월 세상의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진 언어가,
거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의 목소리인데도, 그 안에는 다정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산양〉을 읽으며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산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라는 첫 행은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깊이 들어왔습니다.
비탈과 벼랑을 오르내리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자신을 다독이지 못한 채 버텨왔는지,
그 짧은 구절이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시인의 시선은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벼랑 끝에서도
‘살아 있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다〉의 시구는 또 다른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 살아 있다는 건
이렇게 끝없이 물결치는 것.”
그는 존재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 않습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듯, 우리 삶도 흔들리고 흔들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흐름 속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시인의 언어는 조용하지만 단호합니다.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결심이 아니라,
그저 계속 살아내는 일 그 자체임을 알려줍니다.

이 시집은 말 그대로 ‘고요로 가는 길’에 관한 기록입니다.
분주함 속에서도 자신에게로 향하는 마음,
상처 위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생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삶의 비탈과 벼랑을 오르내리던 마음이
잠시 쉬어갈 자리를 찾은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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