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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운님의 서재
  •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
  • 황희두
  • 18,000원 (10%1,000)
  • 2025-09-20
  • : 11,120
‘내란’이라는 단어를 온라인 공간에 붙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다루는 시대의 불편한 진실이 짐작되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무거웠습니다. 인터넷이 여론의 장이라기보다,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조작될 수 있는 ‘심리전의 전장’이었다는 점이 새삼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작가는 국정원 댓글 사건, 군 사이버사령부의 개입, 그리고 극우 커뮤니티의 조직적 확산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사이버 내란’이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해 보여줍니다.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그 모든 일이 어떻게 하나의 구조 속에서 이어져 왔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대남 현상’이나 혐오 밈의 확산을 정치적 언어로 풀어낸 대목이었습니다. 단순히 인터넷 문화의 산물로 치부되던 것들이 사실은 정교한 여론 조작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었다는 분석이 섬뜩했습니다. 댓글과 영상, 짧은 문장들이 모여 한 사회의 방향을 바꿔버릴 수 있다는 현실이 낯설면서도 익숙했습니다.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피로감’이었습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온라인 정보 속에 누가, 무엇을 심어 놓았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피로감이죠. 그러나 저자는 단순한 분노나 무력감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시민 감시’와 ‘플랫폼 책임’, 그리고 제도적 개혁을 통해 이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희망의 가능성을 남겨두었다는 점이 이 책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매일 접속하는 인터넷이 결코 중립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뚜렷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이미 프레임이 짜이고, 감정이 유도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회피할 수도 없는 시대라면, 최소한 ‘어디서 온 이야기인지’만큼은 스스로 물어야겠다는 다짐이 남습니다.

불편하지만 꼭 읽어야 할 기록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언어와 감정의 전쟁 속에 놓여 있는지를 마주하게 해주는, 일종의 거울 같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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