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성장소설을 좋아하지않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어린아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죠. 그 이유는 아이를 화자로 내세웠을뿐, 그 아이 안에는 어른이 들어앉아서 어른의 세상을 다만 아이인 척하며 의뭉스럽게, 때로는 비꼬며 서술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읽은 책들은 다 그러했는데 지금 그 소설들의 제목은 생각나지않고 그러했다는 것만 떠오르는군요.
'어린 연금술사'가 성장소설인 줄 몰랐습니다. 읽다보니 주위에서 성장소설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기도 했지만, 하여튼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제가 알던 성장소설과 다르더군요. 이 소설의 준일이는 11살 4학년짜리 아이의 마음, 그대로더군요.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동안 그 아이의 마음을 따라 슬퍼했다가, 웃었다가 긴장했다가 벅찼다가 했습니다.
그랬기에 저의 밑줄은 준일이가 성년이되어 그 유년을 회상하거나 정의내리는 부분에 집중되어있습니다. 때로는 삶을 관통하는 듯한 문장들을 만나면서 가끔 은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는데요, 작가가 뒤에 이 모든 것들은 다 허구였다, 고 해 놓았지만 작가의 과거를,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그 때를 그려놓은, 작가가 되돌아보는 그 나날들에 대한 따뜻함이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서라도 읽게된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책을 갈망하는 많은 독자에게, 곳곳에 산재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여러분들을 찾아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