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게 부쩍 실감되면서 손에 든 책이다. 쉽게 피곤해지는 몸,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 거기에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4년 전 치매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엄마가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 나는 부정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후회가 아직 남아 있어서, 막연한 불안 대신 구체적인 답을 찾고 싶었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나이는 먹어도 늙지 않을 수 있다. 그 열쇠는 뇌에 있다. 뇌는 고립된 장기가 아니라 심장, 장, 면역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균형—항상성—이 흔들리기 쉬워지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역노화의 출발점이다.
노화를 늦추는 핵심 개념은 '예비 요소' 네 가지다. 인지적 예비 요소(독서, 학습 등 지적 자극), 신체적 예비 요소(운동—저자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는 태도로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심리적 예비 요소(정서 안정과 회복력), 사회적 예비 요소(관계와 연결). 이 네 가지를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치매 발병을 늦추고 인지 기능을 지키는 방법이다.
읽는 내내 아버지가 겹쳤다. 은퇴 후 지적 자극이 사라졌고, 유독 우울해 보이셨고, 일과 함께 사회적 연결도 끊겼다. 그나마 60대에 담배를 끊고 매일 운동하셨던 것만이 지켜진 예비 요소였다. 그 모습들이 이미 경고 신호였다는 걸,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알았다. 알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후회된다.
한 가지 새롭게 정리된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가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치매는 진단명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는 임상 증후군이고, 알츠하이머병은 그중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일 뿐이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환자의 99%는 조기 발병 유전자가 없다. 유전자 탓만 할 수 없다는 뜻이고, 결국 지금의 선택이 노년의 뇌를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몸을 움직이는 것, 마음을 다스리는 것. 이것들이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니라 노년의 뇌를 위한 투자라는 걸 45년 임상 경험을 가진 저자가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이제라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