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 이름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정작 책은 사지 않았다. 뭐랄까 너무 유명한 작가에 대한 근거없는 반발이랄까?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코엘료의 신작을 사게 된 것은 그러므로 우연이라 하겠다.
판매부수로 보나 지명도로 보나 엄청난 작가임에 틀림없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돈 생각은 다름 아닌 '시드니 셀던'이었다. 등장인물의 면면이나 심리 묘사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부유층, 미남 미녀, 극적인 사건들 등등) 시드니 셀던이 나쁜 작가는 아니었지만 너무 비슷비슷한 패턴의 소설을 많이 써 내서 어느 정도 읽다가 그 천편일률적인 전개가 지겨워 더 이상 셀던의 책을 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현대인의 한 표상이랄 수 있는 '이고르'를 내세운 심리묘사는 우리를 살짝 비꼰다. 무엇보다 작가는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자에게 행복한 미래가 없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근저에 깔고 있다. Carpe Diem!
본인의 불행은 물론 주변인들에게까지 파괴를 안겨주는 '이고르'는 좀 별난 존재이겠지만 파랑새는 언제나 내 주변에서 지저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이고르'는 언제나 우리 속에 살고 있다, 그를 불러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 또한 우리 자신이다.
'에바'의 세계까지 파괴한 작가에게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든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 이고르를 떠난 그 여인에게 좀 더 행복한 결말은 줄 수는 없었을까? 아마도 코엘료는 이고르라는 괴물을 더욱 생생하게 그리고 싶었나보다.
나는 내 곁에 있는 '에바', 나의 아내에게 얼마나 현실적인 행복을 주는 사람인가? 자문하게 된다.
술술 읽히는 책이라서 휴가 중에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나는 이 작가를 더 알고 싶어서 다른 책 두권을 더 샀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