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자신의 성매매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자전적인 스토리이긴 한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퍼킹 베를린 대신 퍼킹 코리아 혹은 한국의 어느 대도시를 집어 넣어도 그리 다르지 않을 현실이란 것이 다소 답답하기도 했다. 물론 이 세대를 살아가는 한사람의 남성으로서 저자가 풀어낸 이야기 속의 풍경이 낯설지 않은 것 또한 묘한 죄책감을 불러온다.
언제부터인가 책 속의 혹은 영화속의 얘기들이 현실과 별스럽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만 이 책은 좀 더 당돌하다. 적나라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내가 작가의 입장이 아니었고 그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므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처신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남자는 지갑을 들여다보고 여자는 거울을 본다고 했던가... 작가는 인생을 쉽게 사는 쪽을 택했다. 그 것으로 인해 자신이 망가져가고 궁극적으로는 주변까지 망가지게 됨은 잘 몰랐던 것 같다. 몸을 팔아서 해야할 정도로 절실한 공부는 없을테니까, 그렇게 절실한 공부라면 몸을 파는 시간조차 아까워야 하니까...
시종 일관 작가를 내 모는 상황 중에 하나인 철없는 남자 친구. 나는 작가의 히스테리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본인이 선택하고 본인이 조장한 상황일 뿐이라고 여겨졌다. 단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덜 떨어진 남자친구를 곁에 둔 건 아니었을까?
화류계 여성들에게로 몰려드는 불쌍한 남성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다. 화류계 여성들은 남의 얘기를 한정없이 들을 줄 알고, 현대의 남성들은 끝없이 얘기를 쏟아낼 대상이 필요한 탓이다. 단순한 욕망 해소의 코드로만 숫컷을 바라보는 여성이라면 끝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겠지만...
인생은 단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