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WaiF님의 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제목이 끌리는 책을 발견했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의 저자인 마리나 반 주일렌의 신작으로, 160페이지의 얇은 책이다 


이 책은 미국 바드대학교에서 문학 교수로 재직중인 작가가 '유익한 산만함'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게으름과 산만함의 미덕'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현대인들은 집중을 요구받는다. 8시간 동안 PC 앞에서 무엇인가를 몰두해서 만들어내야 하고,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해내지 못하면 주의력이 결핍된 질병은 아닌지 의심받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과몰입 상태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인간은 산발적인 외부의 신호에 민감하고 현실과 공상을 전환하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서 찰스 다윈이 예술을 즐기지 못하는 예시, 몽테뉴의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글들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데이비드 흄, 프리드리히 니체, 니콜라스 카, 장 자크 루소 등 아주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집중력과 산만함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며 유익한 산만함을 잘 이용하면 창조적 영감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생각은 심플해서 이해하기 어렵진 않다. 그렇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나열하는 서술방식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아닌가, 그래서 이런저런 키워드로 다양한 사람들을 검색해보면서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을까?


어쨌든 하루종일 한가지에만 집중해서는 좋은 창작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여기저기 생각을 빼앗이면서 릴스나 숏츠만 들여다보는 것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해로운 산만함'이다.

이것 말고, '몽상'이나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천천히 사유한다면 누구나 창조적 영감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몽상이나 사색으로 향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산책, 공상 등 각자에게 편한 방식을 이용하고 때때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그러나 니체는말하지 않았던가. 하릴없이 이리저리 걸을 때 다양하고 풍성한 생각들이 떠오른다고. 그는 한가로이 산책할 때 떠오르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생각이라 여겼다.- P29
"하이데거는 산만해지는 존재, 즉 현존재는 자신의 근본에 대해 사유하는 자유를 누린다고 말했다. 또한 베냐민은 새로운 매체가 인간의 내적 산만함을 부추겨 예술의 정치화를 이끌어낸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두 철학자는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인식을 통합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주기적으로 해체하는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P147
프랑스 인류학자 알베르 피에트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존재 방식은 고릴라나 침팬지와 다르다. 인간은
‘존재와 부재‘,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동시에 처리하며 일종의 ‘유익한 산만함‘을 실행한다. 이런 ‘불완전한 부분‘ 때문에 인간은 현재 상황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고,
쓸데없는 행동을 하거나 불현듯 딴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P41
이런 긍정적인 산만함의 핵심은 바로 만족 지연에 있다. 미래의 더 큰 만족을 위해 현재의 즉각적인 즐거움을 뒤로 미룰 때,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자유롭게 순환한다.- P56
우리는 데카르트처럼 모든 감각적 경험을 엄격하게 통제하지는 않지만, 그에게서 산만함에 대한 죄책감을물려받았다. 청교도적 전통을 따르면서도 자율성에 대한 욕구를 가진 우리는 산만함에 이끌리면서도 그것을 거부한다.- P96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