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행에 몰두하지 않으면 행복해지는지 알고 싶다. 저자 정지우는 20여 년간 매일 쓰는 작가, 변호사이다. 저자는 소설로 등단한 이후, 감성과 지성을 바탕으로 인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글을 쓰고 있다. SNS에 매일 올리고 있으며,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꾸준한 글쓰기는 독자는 물론이고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극이 되고 있다. 나도 요즘 엄마랑 수첩에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저자는 에세이와 소설 분야에서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그럼에도 육아』,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 『나를 살린 청춘 고전』,등 20여 권이 있다. 매일경제, 한겨례, 롱블랙 등 다양한 매체의 정기필진을 거쳐왔다. 또한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tvN 「프리하 19」, JTBC 「상암동 클라스」 등 방송에 출연하고, 각종 기관과 기업 등에 출강하며 글뿐만 아니라 말로도 꾸준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저자의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는 어떤지 궁금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30대를 지나오면서 행복에 관해서 했던 수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정리했다. 매일의 꾸준함으로 길어 올린 그의 담백한 성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행복을 정의할 수 있는 단서와 마주하게 된다고 한다. 행복은 저자에게 자주 어려운 문제였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마냥 행복하던 때가 떠올랐지만, 어른이 되어 갈수록 ‘온전한 행복’을 누리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그건 모든 인간이 다 느끼는 것 같다.
행복이란 마치 잠시 왔다가 누린 줄도 모르게 떠나가는 봄바람 같은 것이다. 이 계절풍 같은 행복을 붙잡고 커다란 유리병에 넣어 매일같이 그 속에 살고 싶다는 게 저자의 바람이었다.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무엇이든 더 많이 이루어야 얻을 수 있을 거라 믿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채 찾아왔던 아이와의 삶은, 마치 이제는 더 멀리 갈 필요 없다는 듯 저자에게 ‘머무름의 행복’을 주었다. 언제까지나 더 멀리만 보면서 갈 수는 없었다. 저자의 얘기가 뭔지 이해할 것 같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에 있었다. 이따금 나무 그늘 아래서 쉬어가고, 풍경을 즐기며, 때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도 머무는 그 하루하루의 여정 속에서 찾는 것이었다. 행복은 그 종류도 맛도 천차만별이어서 무엇이 다른 무엇보다 우월하거나 점수가 더 높다는 식으로 줄 세우기 어렵다. 행복의 결은 저마다 달라서 관계마다, 또 사람마다 고유한 방식을 찾아내면 된다. 공부도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드는데 행복도 비슷한 것 같다.
저자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는 동생이 저자에게 다가오더니 결혼을 하면 좋은 점 세 가지만 알려달라고 했다. 저자는 그다지 고민할 것 없이 세 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는 더 이상 다른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도 이해하는게 평생 딱 한 명만 만나겠다고 생각하니까 남자한테 아무 관심을 안 가져도 돼서 너무 편했다.
저자는 결혼 전에는 늘 더 많은 혹은 더 좋은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마음속의 지향 같은 것이 있었다. 외모에 대해서든, 그 밖의 이미지나 자신의 능력 등을 포함하는 ‘스펙’에 대해서든, 자신 스스로 확실히 통제할 수 없는 ‘선택받고자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을 결코 완전히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러한 무의식적인 구속에서 해방되는 것은 분명 한결 더 자유로워지는 일이고, 의연해지면서도 행복해지는 일이었다.
선택받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자아존중감이 확고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는 자신 스스로 선택하는 일에서 해방된 점이 좋다고 했다. 세 번째 마지막으로 결혼하면 좋은 점은 시간을 잃지 않고 쌓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쌓아나갈 수 있는 시간의 결, 삶의 방식이 있다. 물론 나가다 보면 안 좋은 것들도 같이 쌓여 떨쳐낼 수 없는 불순물이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불순물이 무색할 만큼 좋은 것들을 평생 잃지 않고, 쌓아내고,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가치 있고 온전한 행복을 주는 듯이 느껴진다. 오늘날, 가치 있고 소중하게 보낸 이 오늘날을 잃을 필요도, 잃을 수도 없다. 하루의 무게가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다. 그래서 저자는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저자가 불순물은 어떤건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사이좋은 부부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 서로를 너무 열렬히 사랑하는 ‘애인’ 보다는, 어느덧 세상에서 둘도 없는 ‘절친’이 되는 것이 좋은 부부의 길인 듯하다. 이는 과학적으로는 ‘도파민 관계’에서 ‘옥시토신 관계’로의 이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끝없는 기대와 자극이던 관계에서 장기적인 애정과 평화를 주는 잔잔한 관계로 변하는 것이다. 아마 오랫동안 좋은 부부로 사는 사람들은 이 관계의 변화를 잘 수용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하면 서로가 곁에 있는 것이 가장 편안한 친구 같은 관계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를 베스트 프랜드라고 표현하는 부부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은 재미있게도 대부분이 자녀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친한 배우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십대 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절대 아이를 안 낳아!”라고 소리쳤을지 모르겠다.
그때만 하더라도 연인 간의 사랑이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믿을 때였으니까, 그러나 요즘에는 이것이 어쩌면 가장 안정된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세상의 최고의 친구 둘이서, 함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돌보는 일은 꽤나 아름답고 괜찮은 일로 느껴진다. 나도 결혼을 하면 바로 아이를 낳아야 겠다. 세월이 흐를수록 아내도, 아이도 저자에게는 참으로 좋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청년 시절에만 해도 그런 모양의 삶이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웠다.
젊음이 영원한 게 아니다. 이제는 이해한다. 좋은 삶이란 가까이 있는 사람과 얼마나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장난치고, 운동하고, 같은 걸 보며 깔깔 웃고, 어딜 가서도 즐겁게 놀 수 있을 정도의 ‘친함’이 함께하는 삶에 서려 있을 때, 그 삶은 대체로 좋은 것이 된다. 바로 그것이 아내, 자식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청춘이 영원할 줄 착각한다고 한다. 열에 들떴던 청춘 시절이 맑은 물을 만나 조금씩 차분하게 이 세상에 스며드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도 그 정도의 선선함을 사랑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는 바램을 이제야 깨달았다. 저자의 책은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이 들고 변호사까지 하는 어려운 공부를 해서 그런지 인생의 깊이가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