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가 사진으로 보여주는 문화 유산들은 박물관에 따로 가서 봐야 하는 것들인데 책으로 방에서 편안하게 보니까 정말 좋은 것 같다. 저자 강형원은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 UCLA에서 정치학•국제외교학을 전공한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 통신 등 미국 주류 언론사에서 포토저널리스트로 근무하며 1992년 LA4•29 폭동을 비롯하여 이라크 전쟁, 9•11테러 등 국제적인 뉴스를 취재했다. 서울 올림픽대회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으며, 1995년과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북한 주민의 삶을 취재했다.
1999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스캔들보도 사진으로 한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2번 수상했다. 한국에 머물면서 취재한 순간들을 모아 사진집《민주화 현장:6월 항쟁에서 올림픽까지》를 펴냈다. 지금은 우리 문화유산을 취재해 한국어와 영어로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는 포토저널리스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유산보호유공자 대통령표창장’, ‘서재필언론문화상’을 수상했다.
태극기는 1882년 처음 만들어져 국기로 사용된 이후 조선,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기를 거쳐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가를 상징한다. 일제의 탄압을 받는 순간에도 국민들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민족의 독립을 열망했다. 오늘날 한국에 남아 있는 태극기 중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는 100년 역사를 품고 1981년 6월, 미국에서 돌아와 고국 품에 안겼다.
1876년 개항 이후 국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조선 정부는 1882년 미국과의 수호 통상 조약에서 처음으로 국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조선의 임금을 의미하는 깃발인 어기, ‘태극팔괘도’를 응용하여 백성의 흰 옷을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와의 옷인 붉은색과 신하의 옷인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태극 문양을 그려 넣고 주변에 팔괘를 두른 모습이었다.

한국인은 눕는 등 몸의 많은 부분이 바닥에 닿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좌식 문화가 발전해 온 데에는 온돌의 역할이 매우 크다. 전통적인 온돌방은 온 식구가 모여 앉으면 거실이 되고 밥상을 차리면 주방이 되었으며, 책을 읽으면 서재가 되고 이불을 펴면 침실이 되었다. 온돌은 불을 지피는 아궁이, 아궁이의 열기가 온돌로 들어가게 하는 부넘기, 방바닥 아래로 열기가 지나가는 고래, 열기를 머물게 하는 개자리, 고래 위에 깔아 방바닥을 만드는 구들장,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궁이에 땔감을 넣고 불을 지피면 열기가 미로처럼 짜여진 고래를 통과하면서 구들장을 서서히 데우는데, 이때 따뜻해진 방바닥의 공기가 위로 이동하면서 구들장을 서서히 데우는데, 이때 따뜻해진 방바닥의 공기가 위로 이동하면서 방 안의 공기를 골고루 덥히는 원리이다. 잘 설계된 온돌에서는 아궁이의 불이 꺼진 뒤에도 방 안의 훈훈할 정도로 난방 효과가 뛰어나다. 구들장 위에는 황토와 진흙을 발라 방바닥을 만들었는데,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아 주었다.
여기에 더해 불을 피울 때 나는 연기가 구들장 아래를 지나 굴뚝으로 나가게끔 설계하여 방 안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서양에서도 따뜻한 물이나 전기를 사용하는 바닥 난방 시스템을 갖추어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가정이 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성이 담긴 온돌의 원리가 더 넓은 세계로 뻗어 갈 수 있다.
‘배추, 무 등의 채소에 고춧가루, 마늘, 파 등으로 만든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식품,’ 김치의 사전적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수천 년 동안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김치를 담그고 보관해 왔다. 김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장’ 문화이다. 겨울을 대비해 가족과 이웃이 모여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김장이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수천 년 동안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김치는 수백 가지 맛으로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풍습도 모두 ‘한국’의 것이다. 우리 민족의 영토, 역사, 언어, 그리고 문화 중에 절대 빼앗길 수도, 잃어버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김치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따라 미국에 온 한국의 취재진들이 워싱턴 D,C에 도착한 후 맨 먼저 찾는 음식에 김치가 늘 빠지지 않는다. 취재를 위해 백악관에 드나들 때, 한식으로 구성된 저녁 식사를 주문하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백악관 기자실에 김치냄새가 가득 차곤 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형 마트에서도 한국의 김치가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여러주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할 만큼 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지형과 기후가 다르니, 김치와 종류와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김치를 담글 때 쓰이는 주재료만 해도무려 200여종이나 된다. 김치는 삼국 시대에 먹었던 채소 절임을 시작으로 국물 있는 김치를 담가 먹었던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들어와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형태를 자리매김했다.
우리 조상들은 채소를 구하기가 힘들었던 겨울을 대비해 미리 김치를 한꺼번에 담갔다. 이것이 바로 ‘김장’ 이다. 보통 가을걷이가 끝나고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배추와 무를 수확에서 김장 김치를 김칫독에 넣은 다음 땅속에 묻어 발효시켰다. 땅속은 온도가 일정해 김치의 맛과 신선함, 영양이 쉽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식구들과 이웃들이 둘러 앉아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며 함께 김치를 담근다. 김장은 아주 오랫동안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우리의 풍습이자 문화이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 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에 등재되었다.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전통, 그 자체가 한국인의 정체성인 것이다. 사진은 서로 사용하는 문자가 달라도 소통할 수 있는 만국 언어이다. 특히 이미지로 정보를 접하는 것에 익숙한 비주얼 세대에게는 사진이야말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무엇보다 사진에 소중한 시간을 영원히 멈추는 힘이 있다.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에게 널리 알리려는 시도와 의지의 결과물이다. 저자가 생생한 사진에 한국어, 영어 설명을 더해주니까 이해가 더 잘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