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할 수 없는 삶이란 없다
솜눈 2003/07/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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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내가 여섯 평 독방 안에 갇히게 된다면 나의 머리 안엔 어떤 생각이 들까? 아니 내가 버틸 수나 있을까? 나는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보며 계속 어린 시절에 읽고, 또 읽었던 위인전기를 떠올렸다. 그중엔 안네의 일기도 있었다. 그땐 그저 와 힘들었겠다, 독일놈 나쁜 놈들, 잡히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만 했었다. 이 나이가 되어 설마 다시 한 번 안네 프랑크를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들 멋지고, 위대하고, 남성적인 힘이 넘치는데, 이 갸날픈 소녀가 중년 남자를 구원하는 기적의 메신저가 된다는 것이 튀어보인다.
그러나 안네의 메시지는 나를 울게 한다. 행복하기를 선택한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무슨 황당한 강요냐고 타박을 놨겠지만, 안네의 말이라니까, 좁은 다락방에서 극한의 고통을 강요당한 사춘기 소녀가 했다는 말이라니까 맥이 풀리고 괜히 내가 부끄러워졌다(물론 그래도 솔직히 행복하기를 선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안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값을 한다. 다만 위인들과의 만남이 조금 더 차분하고 진득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짧은 여름 휴가에 골치 아픈 일 다 잊고 쉽게, 쉽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폰더 씨의 하루가 무척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타임머신의 속도가 야속하리만치 빠르다. 그가 처한 상황만큼, 기왕 베푸는 기적인데, 좀더 길고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를 바라는 게 너무 큰 과욕일까? 속편이라도 쓸 생각이라면, 작가가 나의 바램을 들어줘도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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