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억지로 일을 하던 그는 수능 영어 지문에서 철학을 만나게 되었다. 삶과 행복과 돈과 성공 등, 가볍지 않은 영어 지문은 학생들에겐 정답을 맞춰야 하는 문제였지만, 그에겐 정답이 아닌 삶의 의미를 반추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대표적인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자신의 모습에 빗대어 비관하지만, 그래도 갚아야 할 빚이 있었기에 꾸역꾸역 살아낸다.
하지만 결국 니체의 철학에 좀 더 가까이 가게 된다.
- 하기 싫었던 학원 강사 일로 돈을 벌어 결국 돈을 다 갚은 그는 행복했을까?
결국 유명한 영어 강사가 되어 성공했을까?
그랬다면 이 이야기는 그런 저런 성공 스토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성공스토리가 아니어서 더 좋았다. 코로나로 위기에 처한 작가님의 모습과 아이에게 줄 2만원이 없어서 도망치듯 집을 나선 작가님의 뒷맛이 너무 애잔했지만, 나는 그 맛이 이상하게 좋았다.
책 제목이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인데, 정말 그랬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서.
-책 전반적으로 약간의 우울함이 낮게 깔려있다. 하지만 중간 중간 터지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내가 좀 좋아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들에게 철학을 건내는 부분들이었다. 나는 철학을 사십이 넘은 이제서야 알아가고 있는데, 이런 철학이 공부가 아니라 삶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영어 지문이 정답을 맞춰야 하는 그런 일회성 문제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지문이었다는 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리고 그 지문 속에 숨겨진 철학을 나에게 알려준 선생님이 계셨다면. 나역시도 짝사랑 하던 그 아이 처럼 선생님을 남몰래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