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이용석님의 서재
에세이를 사서 읽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흔치 않게 최민석 작가님의 에세이 《베를린 일기》를 사서 읽었다. 아무래도 《풍의 역사》가 인상깊었거나, 최민석 작가님의 글솜씨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베를린(과 기타 유럽지역)에서 90일 동안 지내면서 매일 쓴 일기라고 한다. 일단 매일 (사실은 밀려서)일기를 쓴 그 성실함에 박수를 주고 싶다. 뭔가 컨셉을 잡고 시작한 일기 같았는데 계속 읽다보니 어디까지가 컨셉이고 어디까지가 작가님 고유의 문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작가님이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잘 풀어냈기 때문인지, 원래부터 작가님의 문체가 거품(...)이 많아서 위화감이 없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재밌고 너무 무겁지 않아서 500페이지에 가까운 내용에도 읽기가 아주 수월했다(물론 사진들과 날짜표시 등으로 실제 글이 있는 페이지는 절반 정도다.). 가독성이 좋다고나 할까,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건 최민석 작가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최민석 작가님의 책들은 대체로 빨리 빨리 잘 읽히는 것 같다(역시 최민석 작가님의 글은 재밌다는 인상을 준다.).
  내용에 있어서는 뭔가 실용적인 정보가 많다기보다는 그저 재미있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원래 그렇게 나온 책이니 괜찮다. 70년대 문인들의 문체로 쓰는 수필을 표방했지만 다 읽고 보기에는 문인의 수필과 ‘유럽여행 갔다온 썰푼다.txt‘ 사이 쯤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마냥 웃기지만은 않고 묵직한 명언이랄까, 깊은 생각에서 나오는 글들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오오 여기서 이걸?).
 책의 특성상 솔직하게 적힌 글들이기 때문에 여행에서 느끼는(혹은 객지살이에서 느끼는) 감상들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고향(혹은 와이파이)에 대한 그리움, 평범했던 일상들에 대한 재평가, 여행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감정들, 여행을 마치기 전의 아쉬움 같은 게 잘 담겨있는 것 같다. 특히 사람들을 만나며 겪은 불편함, 고마움, 용서 등등의 감정들이 표현된 부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떠나는 건, 특히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건 특별하고 설레는 일이지만 항상 신나기만 할 수도, 즐거운 일만 있기도 어렵다. 오히려 불편하고 답답한 순간이 많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멋진 풍경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일들은 여전히 멋지고 설레는, 매력적인 일이다. 그리고 여행같은 일탈을 통해서만 잊고 있던 일상의 가치를 실감하게 되지 않나 싶다. 일상에 지쳐 떠난 여행에서 얻는게 일상의 소중함이라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여행에서 쌓게될 추억들도 빼놓을 수는 없겠다. 이 책을 읽고서 그냥 그런 생각을 해봤다. 여행을 갔다온 것도 아닌데 여행얘기를 하고 있다니... 글을 쓰다보니 부러워져서 나도 다음에 해외여행이나 다녀오고 싶어진다. 다음에  진짜로 여행을 다녀오게 된다면 나도 일기를 써봐야겠다. 알찬 여행얘기를 할 날이 오면 좋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