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2021. 해냄
도서 간단 설명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김누리 교수가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이름으로 신간을 냈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비판적 시각을 통해 한국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지적했던 전작의 토대이며, 2013년부터 2020년에 이르기 까지 한국 사회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던 저자의 신문 칼럼을 엮은 책이다. 칼럼을 엮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논픽션 사건들을 연도별로 찾아 여러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도가 바뀌어도 여전히 같은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은 독자를 씁쓸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무엇일까? 김누리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김누리 교수는 한국에 무엇을 지적하고 있을까?
1. 폭력적인 교육으로 이어지는 수동적, 비민주적 대학교
학교는 한 사람의 지식뿐만 아니라 성격과 태도, 도덕성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는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데 열중하여 비판, 사고, 창의 같은 지혜는 무릎꿇리는 폭력적 교육만을 강조한다. 지식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바뀌는 것은 없다. 여전히 정보 암기에 시달리고, 학점을 두고 경쟁하고, 우월과 열등사이에서의 치열한 생존 게임이 계속된다. 언제나 결과 중시 꼬리표가 매달린 학생들에게 높은 자존감은 기대할 수 없고, 민주적인 모습과 비판적이고 당당한 모습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교육 속에서 ‘올바르게’ 성장한 어른이 정치 문화 사회 및 대다수의 분야에 비민주적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2. 변화할 생각이 없는 정치 패권주의자들
비민주적인 어른은 자신의 권리의 위대함을 모르기에 사회에 대해 비난을 할 뿐, 비판을 하진 못한다. 따라서 정치에 분노할 뿐, 그 이상의 변화를 도모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 패권주의자들이 바라는 미래이자 현재의 모습이다. 정치인들은 정치의 핵심을 좌, 우로 왜곡시켜 국민들의 분노를 조장하고, 대립을 통한 편향성으로 국민의 사고를 막았다. 어느 곳에 투표해도 변함없는 정치는 국민의 정치적 무기력을 만들었고, 자신의 이익을 채우는 것은 성공했기에 더이상 교육을 바꾸거나 사회를 개선할 생각은 전혀 없을 뿐더러 서로간 싸움을 보여주며 국민에게 무의미한 쾌락을 가져다주는 연극만 늘어놓을 뿐이다.
3. 그렇게 만들어진 민주주의 없는 민주공화국 한국
그렇게 한국의 민주성은 사라졌다.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고, 상대를 속여 이익을 취하기 바쁘고, 사회의 성장이 아닌 개인의 승리에만 집착하고, 패배감에 빠져 살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존심만 강해져선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며, 미국에 의존하고, 냉전 체제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에는 모른체 하거나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는 한국의 모습처럼 말이다. 김누리 교수의 말처럼 광장에서는 촛불집회를 열지만, 문화, 경제, 정치, 교육에서 살펴본다면 어느 누구도 한국을 민주적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헬조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우리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 스스로가 선이라고 자칭하는 정치 모순, 민주주의 국가 한국의 민주주의 모순, 삶을 살아갈 지혜를 배울 수 없는 교육 모순 말이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김누리 교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장 먼저 대학 서열을 없애므로써 정보 주입식 폭력 교육에서 비판교육, 성교육, 잠재력개발교육으로 교육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 때 부터 비판 의식을 키움으로써 어른이 되어서도 불의에 나서며, 사회 문제점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동양 특유의 성 죄의식으로 부터 벗어나고, 개인의 가치를 높이고 잠재력을 키우는 지혜를 배운다면 자기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민주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민주적 어른은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패배주의를 넘어 사회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는 실천주의적 행동을 보여줄 것이고, 냉전과 같은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자연히 바뀔 것이다.
우리는 해결하는 과정 없이 문제들에 대해 비난하고 결과만을 갈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행동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고 했던 것은 얼마나 되는가?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바라면서도 진취적이고 모순을 무너뜨리려는 리더 앞에선 소극적인 태도로 의심하기 바쁜 우리는 여전히 여당이냐 야당이냐는 이분법적 모순에 빠져 헷갈려하고 있다. 모순을 물리치기 위해선 냉철한 지성이 요구됨을 설명했던 김누리 교수의 말처럼 자존심 집어 던지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우리의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