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hyjoon님의 서재
  • 로마의 황후들
  • 조셉 맥케이브
  • 24,300원 (10%↓1,350)
  • 2026-06-15
  • : 303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읽고 작성했기에, 주관적인 내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이 익숙한 이야기의 새로운 관점은 로마의 질병을 가속화한 일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그 진행을 막는 데 실패했던 역대 황대들을 형성하거나 망친 여인들에 관한 연구이다. 여인은 로마의 흥망성쇠에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제국이 건립되고 국가의 막대한 자원이 통치자 한 명의 손에 위임되었을 때, 군주의 아내는 그의 권력을 공유할 수 있고, 분명 우리에게 흥미를 제공하는 존재가 된다. 평범한 로마의 여성일지라도, 어둠과 구별할 수 없는 군중 속에서 왕좌의 빛나는 높이로 솟아오른 독보적인 인물과 전형으로서 그들은 마땅히 검토를 거쳐야 할 가치가 있다.(본서 p.7)


일반적으로 여왕이 즉위하지 않는 이상, 군주정 또는 제정 체제에서 역사의 연대기는 왕과 황제들의 연대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들의 배우자인 왕비나 황후가 단순히 이름만 올라온 존재는 아니다. 이건 두 가지 부분에서 단순히 현대인이 생각하는 "여성의 권리" 문제가 아니다.

일단, 군주들도 인간인지라 100% 똑같은 모습과 사고논리만으로 살 수는 없다. 겉으로는 온갖 화려한 의식을 받는 국가 지도자이지만 뒤로는 온갖 모략을 상대로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를 계산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그들도 사람으로 사는 구석이 있어야 이런 생활을 견딜 수 있다. 그들의 배우자는 어떻게 보면 군주들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었다. 직접적인 통치권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남편의 고충을 들어주고, 필요에 따라서 격려와 충고, 사안에 따라서는 "조언"을 해주는 "아내"의 역할을 감안할 때, 군주의 배우자는 비록 연대기에서 간과될 수 있을지 몰라도 들여다 볼 가치가 있는 소재이다.

두 번째는 황후의 영광과 권력이 남편에게 얽혀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로마의 황후들은 중국의 황후와는 달랐다. 로마 황제는 종법질서가 일찌감치 자리잡은 중국과 달리 혈연의 구속성이 느슨하고, 선출의 속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남아있었다. 때문에 황제의 권력과 지위에 대한 보증이 약했고, 이 구도가 황후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부일처제가 일찍부터 자리잡은 덕분에 로마의 황후들은 중국 황후들처럼 황제의 총애를 잃지 않기 위해 후궁과 신경전을 벌일 필요는 적었지만, 대신 정세의 향방에 따라 황제의 운명에 더 강하게 얽혀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일국의 운명이 한 여인의 침실에서 결정된다면, 역사가에게 최고의 장소는 바로 그 곁방이 될 것이다."-샤를 오귀스탱 생트뵈브


여기서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권력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의 눈과 입방아가 모인다. 그리고 이해관계의 충돌, 권력에 대한 환상, 자극에 반응하는 인간의 속성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진실과 뒤섞인다. 특히 원래 공화정이던 로마에서 내전의 혼란을 잠재우면서 등장한 황제의 권력은 기존의 권력(원로원, 군대, 귀족 등)과 충돌했고, 공적 권력과 사적 권력이 뒤섞이는 일이 반복되었다. 때문에 황실을 둘러싼 정치적 변동이 잦아졌고, 이는 황실과 그 속의 여성들을 둘러싼 가십거리를 만들기 풍부한 배경을 제공해주었다. 게다가 로마가 상대적으로 상업출판이 발달했기 때문에, 이런 가십거리들이 책으로 정리되어 후세 역사가들의 책상으로 배달되었다.

(* 이 시기를 다룬 로마사 책에서 그나마 국내 독자들에게 번역이 제공되는 사료는 수에토니우스와 타키투스이다. 그런데 이건 개인적인 평가지만, 필자가 보기에 수에토니우스의 <12황제전>은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프로코피우스의 대선배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주었다. 타키투스의 <연대기>는 그래도 사실관계 판별과 기록의 선정에 신경을 썼지만, 그에게 전달된 정보 자체의 오염성 자체가 심각한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쯤되면 나머지 사료들의 상태도 어느정도 짐작이 될 것이다)


맥케이브는 이런 사료들의 정보 오염과 싸우면서 "황후로 본 로마사"를 정리하려고 시도했다. 20세기 초 특유의 합리주의와 여성주의를 공부한 시각으로, 그는 가십성 이야기들을 걷어내고 앞서 말한 두 가지 속성-황제의 배우자이자, 공동 정치 운명체였던 여성들을 복원하려고 했다. 현대 페미니즘의 시선에서는 여성을 여전히 소극적으로 그린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당시 기준에서 무리수를 저지르지 않을, 합리적 기준을 잘 지켰다고 보인다. 그런 점에서 1차 사료도 아니고 20세기 초에 쓰여진, 100년도 더 된 책이지만 현대에 읽어도 괜찮은 "로마 여성사의 한 모습"을 복원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이 익숙한 이야기의 새로운 관점은 로마의 질병을 가속화한 일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그 진행을 막는 데 실패했던 역대 황대들을 형성하거나 망친 여인들에 관한 연구이다. 여인은 로마의 흥망성쇠에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제국이 건립되고 국가의 막대한 자원이 통치자 한 명의 손에 위임되었을 때, 군주의 아내는 그의 권력을 공유할 수 있고, 분명 우리에게 흥미를 제공하는 존재가 된다. 평범한 로마의 여성일지라도, 어둠과 구별할 수 없는 군중 속에서 왕좌의 빛나는 높이로 솟아오른 독보적인 인물과 전형으로서 그들은 마땅히 검토를 거쳐야 할 가치가 있다.- P7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