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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joon님의 서재
  • 피렌체 서점 이야기
  • 로스 킹
  • 31,500원 (10%1,750)
  • 2023-01-06
  • : 1,030

르네상스가 가시적인 예술로 종종 상징되지만 실제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대변혁이었고, 지식과 출판도 그 영역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인쇄술이 도입되기 전, 그 밑바탕이 이미 깔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도시 국가들은 국제 교역으로 엄청난 부를 얻었고, 그 안에서 재산을 늘린 금융가·무역업자·상공인·시민들이 부를 통해 발휘하는 사회적 영향력이 달라졌다. 부와 권력의 원천은 기존의 혈연이나 작위가 아닌 지식·기술이 되었다. 이런 변화가 "교양"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여기서 활약한 도서상이 피렌체의 베스파시아노였다. 그는 인쇄술이 본격적으로 출판시장을 장악하기 전, 필사로 책을 제작하던 기술 단계에서 이런 사회 변화에 맞춘 도서 출판 사업을 운영했다. 아직까지는 책값이 비쌌기에 책을 주문하는 고객들은 대개 권력자와 부자들이었고, 이들은 좋은 책을 예쁘게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베스파시아노는 텍스트 발굴을 통해 콘텐츠를 찾는 작업을 후원했고, 분업을 통해 책을 만들면서 고객의 수요를 맞추어 주며 "세계 서적상의 왕"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콘텐츠 큐레이션, 생산 최적화, 브랜딩을 통해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인쇄술은 이렇게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던 시장에 "공급 가속 기술"이 들어가 시너지를 일으켰던 것이다.

*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외관적으로는 책장과 집의 장식품이라는 기능도 한다.

정작 그의 사업은 인쇄술에 밀려서 사양길로 들어섰지만, 그가 개척한 시장과 지식은 그 이후의 세계를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지식이 정치적/종교적 권력을 타고 전파되는 시대가 아닌,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이를 따라 퍼지는 사회로 넘어간 것이다.

그의 필경사들은 인쇄업자만큼 빠르게 작업할 수 없었지만 서적 판매업에서 40년을 보낸 그는 주문자가 원하는 맞춤 제작 호화 필사본, 그리고 그보다 덜 비싼 중고본과 종이에 필사된 저렴한 판본 둘 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그리스나 라틴 고전 사본을 구하고 싶은 사람들은 최종 완성품의 아름다움과 정확성을 확신한 채 베스파시아노로부터 쉽게 입수할 수 있었다.- P396
인쇄기에 의한 지식과 정보의 ‘보급‘을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인쇄업자가 없는 도시와 소읍들, 유럽 전역에 걸쳐 1500곳이 넘는 도회지에서는 300km 정도의 짧은 이동만으로도 운송 비용 때문에 책값이 20% 인상되기도 해서 책을 공급받기가 힘들었다. 그 시대를 연구한 어느 경제학자가 평가한 대로 "공급의 제약이 기술의 확산을 제약했다."
따라서 인쇄술의 사회적·정치적 결과는 과장되기 쉽다.......더욱이 인쇄술이 문해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가 않다. 물론 문해력의 확대는 저렴한 교과서의 입수 가능성이 요구되지만 문구상과 서적상들은 인쇄술이 도래하기 한참 전부터 입문서와 문법서를 풍부히 공습해왔다........피렌체시의 "잊힌 세기들"에 토스카나 대공들이 주관한 억압적 조치들과 경제적 쇨락의 시기 동안 인쇄술이 해낼 수 있었던 것보다 14세기와 15세기의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자유가 피렌체의 문해력에 더 기여한 셈이다.- P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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