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Redman님의 서재

지난 학기 수업으로 읽었던 책(몇 달만 빨리 나왔다면...)

그래서 조금만 자세히 소개하자면

출판사는 이 책을 이스라엘-하마스 문제의 기원에 대한 책으로 홍보하는 듯하지만, 사실 이 책은 브렉시트를 전후로 하여 영국에서 강해진 영제국에 대한 향수를 비판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쓰였다. 영제국과 케냐의 관계, 정착민 식민주의 연구 등으로 유명한 저자는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영국이 식민지에서 저지른 강압과 폭력의 역사를 들추어낸다. 한국인으로서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잘 안 와닿을 수 있지만, 실제로 영국에서는 영국 덕분에 그나마 영국의 식민지들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었다는 나이젤 비거(Nigel Biggar) 같은 신학자의 개소리가 꽤 통용되고 있다(한국에서는 일본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될 수 있었다는 이영훈 류의 주장을 떠올리면 될듯하다).

엘킨스는 '자유주의적 제국주의'(liberal imperialism)라는 개념을 통해서 자유주의적 개혁을 한다는 명분으로 식민지에서의 초법적 폭력과 수탈을 정당화한 영국의 모순적 행태를 고발한다. 그러한 이중적 행태에 대한 영제국의 도덕적 파탄과 폭력으로 가득 찬 이 책은 일관된 내러티브로 긴 내용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했다. 그래서 매우 술술 읽힌다는 큰 장점이 있으며, 영제국사의 권위자이자 영국과 케냐의 재판에 실제로 참여하기도 한 인물이 쓴 책이라는 점에서 영제국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다만 목적의식이 워낙 뚜렷하고, 엄밀한 학문적 분석보다는 서술에 치중되어 있어 비판적으로 보자면 저자의 서술에서 의문이 가는 지점들도 여럿 있다(Lauren Benton이라는 또 다른 저명한 제국사/법제사 연구자는 실제로 이 책에 매우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렇지만 한번쯤 일독할 가치는 있으며, 세계사에서 안 좋은 짓은 영국이 다했다는 농담 섞인 말이 얼마나 사실인지 확인해볼 수 있다.

엘킨스와 정반대되는 관점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저자가 책에서 비판하기도 하는 학자 중에 니얼 퍼거슨이 있는데, 한국어로도 책이 번역되어 있다. (차마 권하지는 못하겠다) 알라딘 '책 속으로'에 있는 문장만 봐도 엘킨스가 무엇에 분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거릿 맥밀런, <평화를 끝낸 전쟁: 1914년으로 향하는 길>, 책과함께

지난 2014년 서양에서는 1차 세계대전 개전 100주년을 앞두고 전전 유럽을 새롭게 조명하는 굵직한 저작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마거릿 맥밀런의 <평화를 끝낸 전쟁>이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같은 서평매체에서는 아예 그런 책들만을 추려서 특집호를 내기도 했다. 이 경쟁장에서 새로운 표준 서사라는 평가를 받은 책은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몽유병자들>이지만, 마거릿 맥밀런의 책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다행히 같이 비교해볼만한 책이 몇 권 출간되었다.













애덤 스미스, <북메이커: 책 제작자 18인의 생애로 읽는 책의 500년 변천사>, 책과함께

서책사와 관련된 책이 나오면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이 책은 일단 도서관에 신청했다.

이 책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책의 문화사를 연구한다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더 경력을 검색해봐야 할 듯하다. 책 내용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단순히 책 제작의 역사를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담긴 역사적/문화적 의미까지 짚는 역동적인 서술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한 인물에 집중하는 식으로 설명을 전개하는 듯한데, 책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지니게 되면서 각 행위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역할을 했을지도 알 수 있다면 꽤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 같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는 서책사의 대가인 앤드류 페티그리의 책들이 있다(난 <루터, 브랜드가 되다>만 읽어봤는데, 루터를 인쇄업과 관련해서 분석하는 이 책도 추천할 만한 책). 최근 한국에 자주 번역되어 나오는데, 별다른 주목을 못 받는 게 아쉽다.




<옥스퍼드 책의 역사>는 Oxford handbook 시리즈를 번역한 것인데, 이 시리즈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한 꼭지씩 담당해서 집필하는 개설서라 하나 장만하면 두고두고 볼 만하다. 남아시아, 동아시아에 대한 내용도 있다는 게 이 책의 특징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