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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hbbd님의 서재
  • 공간의 태도
  • 황유정
  • 16,650원 (10%920)
  • 2026-04-20
  • : 1,315

공간이라는 걸 예전에는 그냥 “예쁘게 꾸며진 장소” 정도로만 생각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 솔직히 내가 알고 있던 건 잡지나 핀터레스트에서 본 가구 배치, 혹은 풍수지리 같은 것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공간을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공간이 단순히 구조나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의 기분, 태도, 움직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꽤 선명하게 느꼈다.


특히 좋았던 건 서울, 파리, 런던, 뉴욕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어느 도시가 더 좋다, 더 세련됐다, 이런 식의 비교가 아니라 각 도시가 사람에게 어떤 감각을 남기는지 이야기한다. 서울의 빛, 런던의 느림, 파리의 관능, 뉴욕의 자립 같은 표현을 읽다 보면 도시가 그냥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성격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라 도시들도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특히 일본의 도쿄와 교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그리고 코펜하겐이나 스톡홀름 같은 스칸디나비아의 도시들은 이 책의 시선으로 보면 어떤 식으로 읽힐지 궁금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나 싶었다.
책을 읽고 나서 이상하게 호텔 로비나 카페에 앉을 때도 예전처럼 무심히 보이지 않았다. 조명이 왜 저 높이에 있는지, 의자가 왜 저 방향을 보고 있는지, 어떤 공간은 왜 들어가자마자 편하고 어떤 공간은 왜 괜히 긴장되는지 생각하게 됐다.


원래는 그냥 분위기가 좋다고만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꽤 섬세하게 설계된 감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설계자의 의도가 조금 보였을 때는 약간의 희열도 느꼈다.


문장도 딱딱한 설명보다 에세이에 가깝다.
설명하려고 하거나 전문 서적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아마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말하고 있지만 어렵게 힘주지 않고, 우리가 실제로 지나치고 머무는 공간의 경험과 연결해서 풀어낸다. 그래서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면 집 안의 조명 하나, 의자의 위치 하나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나처럼 공간에 관심은 있지만 막연하게 “예쁘다, 분위기 좋다” 정도로만 느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공간에 들어갔을 때 그냥 좋다거나 별로라고 끝내지 않고, “왜 여기는 마음이 편하지?”라는 질문을 하게 될 것 같다.



For my mother & in loving memory of my grandmother, who shaped the way I see the world.-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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