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의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과 노지영의 <뒤를 보는 마음>이라는 책을 함께 샀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 책인데,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과 함께 책장에 꽂아두니 분홍과 연두의 책 등이 고와서 잘 어울린다. 칼럼식의 문장들은 가독성이 뛰어난데도 중간중간 마음을 찌릿하게 한다.
믿고보는 정희진의 책은 이번에도 나를 '공부'하게 만든다. 늘 멋있다, 이 사람!
노지영 평론가의 <뒤를 보는 마음>도 표지와 책등에 쨍한 초록색이 있어 그 옆에 꽂아두니 이쁘다. 이 책은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지성적 시인들이 두 해 동안 사시사철 만나서 시인의 공간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엮였다. 저자는 특별히 시라는 말대신 '시계'라는 말을 쓸 때가 있는데, 시를 시와 연결된 마음의 세계로 확장하여 생각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시인의 성찰이 담긴 대화를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생각하기에 게을러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일상의 언어들이 얼마나 효용과 정보 전달에만 집중하고 있는지를 시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느끼게 된다.
시 쓰기의 마음이 담긴 대화는 미학적 심도를 고민하면서 쓰여진 글이라, 달달구리하게 녹여주는 에세이를 원하는 이들은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이 책은 에세이 장르보다는 예술문화나 시 해설 파트로 분류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순서대로 읽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시인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다보면 '뒤를 보는 마음'의 '뒤'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회찬 의원의 죽음과 연관된 시 부분에서 울컥했고, 시 쓰며 농사를 짓는다는 김해자 시인의 손 사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한 시인의 말처럼, 시의 마음을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내 마음을 내버려둔 채 좀비의 언어로 살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다시, 시를 읽던 마음으로 돌아가야지...
가장 절망스러운 현실은 당대 여성주의 세력 중 일부가 여성적 자원을 이용하여 범죄 혐의자를 넘어 대통령의 배우자까지 된 여성을, 사법 정의 차원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을 미소지니라고 비판하는 일이다.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은 착하고, 여성을 비난해서는 안 되고, 아무리 여성이 범죄를 저질러도 남성의 범죄보다 약하므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여성주의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모두 자원이 되지 않는 사회를 추구하고 지향하는 사상이다. - P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