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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님의 서재
  • dyadic1  2026-08-02 16:37  좋아요  l (1)
  • 저는 ˝학술적 가치˝라는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학문적 최소 신뢰 장치˝와 ˝학술적 장치˝라는 워딩만 있는 것을 확인해 주십시오. ˝학술적 가치˝라는 잣대를 들이댄 적도 없습니다. 학문적(학술적)이라는 말은 적당한 것 같아 제가 사용했습니다만, 일종의 오독이 있으신 것 같아 다시 정리해 드립니다. 먼저 ‘장치‘와 ‘가치‘를 구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동차 엔진이라는 ‘장치‘와 자동차 엔진의 ‘가치‘는 서로 다른 의미이듯이 말입니다. 제가 적시한 것은 ‘장치‘이며, 이는 책을 구성하는 요소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제가 문제 삼은 건 이 책의 서술 방식이나 지향점—현상학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대중서로서의 성격—이 아닙니다. 그 지향점 자체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고,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제가 짚은 건 그 지향점과 무관하게 존재해 온 ‘장치‘가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구판에는 주와 참고 도서, 찾아보기가 있었고, 그건 이 책이 쉽고 재밌다는 사실과 전혀 모순되지 않았습니다. 즉 이 책은 원래 ‘쉽고 재밌으면서도‘ 그 ‘장치‘를 갖추고 있었던 책입니다. 이번 개정판에서 사라진 건 그 ‘양립‘이지, 대중적 서술 방식이 아닙니다. 그러니 제 비판은 ˝이 책이 학술서가 아니라서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원래 갖추고 있던 것을 왜 뺐는가˝에 가깝습니다. 대중서라는 정체성이 주와 참고 도서, 찾아보기를 빼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쉽고 재밌게 쓰인 책일수록, 그 재미 뒤에 있는 근거를 확인하고 싶어지는 독자가 다음 책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통로를 없앤 것에 대한 아쉬움이지, 이 책의 성격 자체에 대한 폄하가 아닙니다. 또한 그러한 ‘장치‘를 가격과 맞바꾸며 사라지게 한 것은, 인문학이 추구하는 가치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가격만 낮추면 인문학 책도 많이 팔릴 수 있다는 생각이 ˝중고가 16만 원의 전설의 책이 돌아왔다˝는 광고 카피에 깔려 있는 것 같아, 처음 이 글을 쓸 때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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