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은 뇌의 선택이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뇌는 행복에 관심이 없다. 생존으로 뇌는 돌아간다.
근래들어 뇌는 생존으로 움직인다는 문장만큼 크나큰 위로와 안정을 준 적이 없었다. 늘 나의 성격, 유전적 환경 등으로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자책하고 수치스러움이 가득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조목조목 논리를 촤르르 펼쳐 놓고 간결하게 말해주는 브릿(저자)이 옆에 있는 것 같은 점 역시 책의 장점이다.
트라우마 = "뇌의 소화불량의 결과에 따른 투쟁-도피 상태" 라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트라우마의 정의는 (재난, 폭행, 학대 등 거대 원인이 있어야만 생기는 것이라는) 아니라는 것 역시 그동안 들어 본 적 없는 속 시원한 설명이었다.
총 3부 10장의 구성은 '무기력'이라는 주제에 대한 책으로서는 심리상담을 오프라인으로 받는 것과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중간 중간 참고 서적까지 찾아 빌려서 읽고 하느라 서평을 쓰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심리와 정신분석의 책은 다다익선이라는 진부한 결론 물론 책은 나에게 언제나 다다익선인 존재이지만. 중간 중간 내 케이스를 적어봄으로써 내가 가진 현재 느끼는 무기력의 신체화 증상들을 마주할 수 있어 좋았고, 이렇게 또 한 권 곁에 두고 시시때때로 들춰볼 책이 늘어서 좋았다. 물론 켜켜이 쌓인 지층 같은 나의 다양한 무기력을 한 번에 breaking 할 순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