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헤다책 2026/02/27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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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품
- 마쓰이에 마사시
- 15,300원 (10%↓
850) - 2026-01-15
: 3,335
사람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묻는다면 ‘어느 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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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채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나의 귀로 듣는 음악이 내가 되고
맛있는 음식을 한입씩 나누어먹으며
그 입이 곧 내가 되고
최소한의 대화와
최소한의 대답이 있는 곳
내 목소리가 곧 내가 되는 곳/
가오루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바라지 않는 바가 강요되는 공간에 아무 의미없이 앉아있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부모는 선뜻 그를 작은 해변 도시에서 재즈카페를 운영하는 막내할아버지에게 맡긴다. ‘선뜻’이라고 했지만 어디 부모 마음이 그리 쉬울까. 도쿄보다는 한적하고 바람이 통하는 그곳에서 가오루에게 쉼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오루는 한낮의 열병같은 사춘기의 열기를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힌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카페에 울려퍼지는 어느 이름 모를 재즈 음악을 들으며.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음식을 내어오고 커피를 내리고 접시를 치우고 정리를 하고 따듯한 양배추 볶음밥을 먹고 잠시 쉬고. 아무 꾸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날뛰던 생각들이 잦아든다. 장소의 마법일까, 사람의 마법일까. 재즈카페 오부브는 그런 곳이다. 한낮의 열기를 잠재워주는 재즈의 선율이 가득한 곳.
거품이라는 제목과 마쓰이에 마사시라는 작가의 이미지 때문에 사실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충분히 내밀하긴 하다. 역시 덤덤하면서도 어딘가 마음을 움직이는 표현들이 아름답기도 했다. 이야기속에서 거품의 의미를 알고 나서는 그 위트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이거 성장소설 맞네.. 😊
( 거품의 정체는 바로… ㅂ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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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고정해줄 압정 pin이 없다, 라고 가오루는 생각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자기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줄 것이 없다.
학교를 그만둬버리면 어떻게 될까? 압정이 빠진다. 나는 지금 어디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하늘하늘한 얇은 종이나 같다. 학교에서 박리되어 바람에 날리고, 강에 떨어졌다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서 가라앉는다. 바닷물에 녹아서 가루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방에 혼자 계속 있는 것도 괴롭다. 방에 있기만 하면 자기 윤곽이 모호해진다. 벽 가득 자기 윤곽이 확대되어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남이 없으면 이윽고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된다. 사람이 미친다는 게 그런 것 아닐까? 61
음악이 아니면 해소되지 않는 고통도 있다. 계속 말로 생각해도 무엇 하나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음악이다. 재즈 스윙의 뿌리를 더듬어가면 거기에는 도망갈 길이 없어 운명에 몸을 내맡긴 채 노래하며 몸을 흔드는 리듬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 96
”왠지 기분이 밝아져. 목소리가 웃는 얼굴인 거야. 그렇게 혹심한 인생을 살고도 그런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것이 삶의 수수께끼지. 수수께끼라고 할지 선물이라고 할지? -그대에게 아름답게 울리는 것을 주리라, 오부브“ 129
먼바다의 배를 보고 있으니까 시간이 흐르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흐르는 시간 가운데 산다. 달력을 만들고 시계를 만들고 시간과 세월을 잰다. 그것은 시간의 그림자 같은 것이지 시간 그 자체는 아니라고 가오루는 생각한다.
보이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것, 아무도 멈출 수 없는 시간은 이와 같은 광경으로 나타난다. 그것을 말로 하면 ‘아름답다’가 되지 않을까? 190
집단에서 나오고 나서 집단을 원망하기 시작하면
상처입는 것은 자신이야. 뭐라고 하면 좋을까…
그러니까… 방귀는 참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거지.
일부러 남 앞에서 뀔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혼자가 되었을 때는 사양 말고 뀌면 돼.
제일 빠른 것은 욕조 속이지만.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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