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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의 서재
  • 나이트 트레인
  • 문지혁
  • 13,500원 (10%750)
  • 2026-02-05
  • : 2,860
계속 쓰는 것과 계속 쓰지 않는 것, 그 둘 사이를 오가는 것. 움직였다가 멈추는 것. 떠난 자리로 돌아오는 것,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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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났던 여행
혼자 걸었던 그 길
혼자 먹었던 점심
혼자 마셨던 맥주
혼자 잠들었던 그 밤…
무언가가 간절했고, 조금은 애매했고,
약간은 두려웠던 그 시절의 나, 그리고 여행.

내 여행 이야기도 아닌데 마치 내 것인듯,
유럽 호텔팩, 엠포리오 아르마니, 시디플레이어
같은 것들이 아득한 그 시절의 기억들을 차례차례 불러냈다.

지금의 나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들.
(제 정신인가 의심되는 일들이 참 많기도 했지)
그래도 그 기억을 가만히 보고있자니,
복잡한 미로같았던 삶을 그 여린 마음으로 어떻게 견뎌서
오늘까지 왔는지 기특할 지경이다.

매번 다르게 반짝이는 그 시절의 젊음을,
아픔과 좌절, 풋내기같은 열정같은 것들이 떠올랐고
약간 얼굴을 붉혔지만, 그 부끄러움 조차도 나인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래서 좋았다.
나의 풋내기 시절을 이렇게 웃으며 떠올릴 수 있기까지
나도 참 많이 컸구나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왜 자꾸 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지.
주절주절 말하고 싶게 만드는
문지혁 작가님의 글을
그래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여행기이기도 하고
어느 작가의 내밀한 글이기도 하고,
한 대학생의 레포트이기도 하고,
글 속에 글이 잠시 헷갈려도
그래서 더 좋았던 누군가의 속마음.

“ 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서사화 하고 그 속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통해 이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하니까.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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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들 같이 읽어요, ☺️

당신의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런 프라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디론가 정처 없이 흘러가는 침 침한 강물과 표정 없는 사람들, 오래된 집들과 불규칙한 도로들. 만약 불가해한 삶의 공간이 실재한다면 그곳은 프라하를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불안과 공포, 과거와 음울의 불온한 공기를 마시며 그곳에서 당신은 글을 썼겠지요. 혹 지금도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있어 미로란 삶이요, 삶이란 미로가 아니었던가요. 도시는 당신을 닮았고 당신은 도시를 닮았습니다. 나는 프라하에서,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 속에서 길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81

우리가 저마다 얽히고설킨 창자를 몸속에 하나씩 가지고 있듯, 존재의 미로 역시 우리 내부에 먼저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가장 완벽한 미로는 출구가 없는 미로가 아니라 어디든 출구가 될 수 있는 미로입니다. 가장 완벽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답이 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문학이란 가장 완벽한 미로이자 가장 완벽한 문제입니다. 당신이 문학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일지 모르겠습니다. 82

☕️ 카프카의 문학과 프라하라는 도시를 연결지어 그 관련성을 인간의 삶에 반추한, 나에게는 충분히 대학교 전공 레포트 스러운데 이게 왜 B-를 받았을까. 그조차도 너무 좋았던 부분. 문학의 효용이라면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을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그의 삶이 마치 내 삶인 것처럼. 무용할 것 같던 내 삶도 어느 위인의 삶처럼 의미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는 기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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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잊힌 채 가방 한구석에서 뒹굴고 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아마도 애매한 감정과 숨길 수 없는 미련이 가득한 몇 개의 문장을 쓴 뒤 나는 주소와 이름을 적었다. 그녀의 본가 주소를 누구보다 정확히 외우고 있었지만 그걸 쓰지는 않았다. 대신 이렇게 적었다. SEOUL, KOREA, 너에게. 149

결국 아무것도 못 보고, 아무것도 못 잊고 돌아왔어요. 여행의 의미를 몰랐던 거죠. 너무 뚜렷한 목적이 있는 삶이 그렇듯이,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공허할 수밖에 없는 건데. 그땐 그걸 몰랐죠.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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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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