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 번역을 함께 하는 걸로 유명한 번역 작가가 번역한 작품이라 프랑스 까페 문화에 대한 뭔가를 "많이도" 기대하며 샀다. 풀 컬러 인쇄에, 그래서 책 값도 그리 싸지는 않고, 표지도 근사하고... 하지만 결국 무엇 하나 그리 썩 만족스런 구석이 없는 책이다. 그저 그런 원서를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낸, 딱 그런 번역서의 느낌.
내용도 까페의 역사 개관과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 정보를 제외하곤 많은 부분에서 그 소리가 그 소리고, 했던 말의 반복이다. 사진도 이방인의 눈에 프랑스의 카페들을 흥미롭게 보여주기에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이고 내용과 따로 노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원서 자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책값 받으면서 편집이 너무 엉성하다는 점이다. 부록이라고 버젓이 이름 붙인 부분은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카페를 사랑한 사람들에 관한 인명록에서는 불어 교정도 제대로 안 본 것 같아 불어의 한글 표기가 틀린 부분이 꽤 있고, 그렇게 일부러 리스트까지 부록으로 만들었으면, 리스트에 실린 인물들에 관해서 일관성 있게 그 정보를 제대로 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보들레르나 플로베르 등 유명 인물 몇몇의 경우만 설명을 다소 붙여놓는 식이고, 또 책이나 작품의 경우도 설명을 달아놓은 것, 달아 놓지 않은 것, 정말 엉성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지다가 눈에 띄면 찾아서 달아놓고, 안 띄면 건너뛰고, 뭐 이런 식인 건가.. 그리고 솔직히 프랑스 지도도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기껏 주 이름이나 찾아보자고 두 페이지나 허비하는 꼴이다. 사실 이 책을 사는 독자들은 본문에서 언급된 그 주에 적어도 어떤 도시들이 있는지는 궁금해할 만한 일 아닌가. 사실 프랑스의 경우, 우리가 그 주 이름보다는 도시 이름으로 쉽게 아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그리고 역자 후기. 본문에 나온 내용의 똑같은 반복에 다름아닌 글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깜짝 놀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