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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설몽

먼저 이 책의 제목을 원제 Asile de fous (미치광이들의 수용소: 정신병동) 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그 어감을 살려 우리말로 번역하는 게 더 낫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네 인물의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지껄임의 끝없는 푸가가 이 책의 모든 것이다.

한 커플의 연애가 파국을 맞으면서 벌어지는 관련 인물들의 적나라한 정신 세계, 의식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진실, 그리고 그것을 광인처럼 쏟아내는 말들의 잔치. 처음부터 그것은 말, 말, 말들로 이루어진 정신병동이다. 인칭과 화자의 변화에서 받은 신선한 느낌도 없지 않으나, 주인공들이 쏟아내는 처절한 내면 세계는 가면 갈수록 지루하기 그지 없다. 프랑스 모랄리스트의 전통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랄까. 첨부터 끝까지 인간의 내면만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책의 문학적 가치를 떠나서, 개인적인 평가겠지만, 일단 너무 지루한 독서의 경험이 씁쓸함을 남기는 작품이다. 말들은 쏟아지고 나는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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