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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설몽

이 책이 나오기 전, 몇 번 이혼을 하고 성이 다른 자녀들을 데리고 산다는 작가의 사생활을 세간의 소문으로 듣고서 참 대단한 여자라 생각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책임이 막중한 일인지 키워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진대, 사랑 하고 아이 낳고 이혼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걸친 그 노곤한 삶의 여정을 거쳐 성이 각기 다른 아이들을 품고 살아가는 여자. 그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사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에 더욱 흥미로울 수 있었다. 이런 가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엄연한 진실이고,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니까.

일단 이런 가족 구성은, 이혼이 만연하고 홀부모 가정, 공개입양 가정이 늘어가고, 이혼한 남녀의 재혼으로 새롭게 이합집산하는 가정도 늘어가는 등 전통적 가족 구성이 해체되고 있는 지금의 가정 풍속을 잘 대변하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찢어지건 뭉치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최대한 행복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고, 부모는 아이를 자기만의 소유물로 취급하여 곁에 두겠다는 아집을 버리고 서로가 더 행복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마인드로 타협할 필요가 있을 것임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이혼으로 상처를 입은 부모에 의해 역시 상처를 받고 자란 주인공 위녕. 이 사춘기 소녀가 아버지의 집을 떠나 엄마의 집에 와서, 성이 다른 두 동생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족간의 갈등과 성장기의 깊은 상처, 사춘기의 고뇌, 소녀 위녕은 이런 삶의 풍랑을 사랑과 증오, 질투와 배려,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통해 깊은 용서와 화해로 갈무리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세 번 이혼 끝에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슬프고도 씩씩한 인생이 있었다. 딸과 엄마, 딸과 아빠, 그리고 아빠가 다른 형제들은 각기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로운 인간관계의 제시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은 서로가 공기처럼 살아내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가장 필요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각자 자유로운 공기처럼 살아가고, 서로에게는 소중한 공기가 되어주어야 하는 사람들. 서로에 대한 욕심과 아집을 버리고 관심과 사랑으로 충만한 관계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감정이 다소 지나치게 넘쳐흐르는 경향이 없지는 않으나, 특유의 입담과 유머, 그리고 적재적소의 사유들이 독자를 웃게 하고 울게 만든다.

이 책은 소설로서의 가치는 차치하고라도, 이 시대에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할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이런 가족.. 자기가 겪지 않은 삶에 대해, 자기와 다른 기준으로 살아가는 타인에, 엄청난 부정적인 편견을 갖는 게 우리 사회다. 그게 한 가족이건, 사회의 어느 집단이건, 국가 차원의 문제이건, 근거 없는 편견이 우리를 멍들게 한다.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보아라. 마음이 좀 편해지고 눈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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