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충격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이다. 말로만 듣던 제국주의, 특히 프랑스 식민지 지배의 어두운 단면을 무겁지 않게 요리하고 있다. 길이도 비교적 짧고, 혹독한 역사를 은유적으로 쉽게 풀어내어, 청소년부터 누구라도 읽을 수 있을 만한 내용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니, 충격을 금치 못하겠다. 역사의 교훈을 얻을 만한 책이다.
남태평양의 섬, 누벨칼레도니. 영어명은 뉴칼레도니아. 이 천국 같은 섬의 원주민들이 1931년 파리에서 열린 엄청난 규모의 식민지박람회에 자신들의 문화를 전시하러 가는데, 박람회 조직위는 이들을 동물원에 가두고 짐승처럼 전시한다. 사실 이들은 이미 19세기에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면서, 기독교 문명이 들어오고 일부일처제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식민지박람회에서는 식인종에다 일부다처제 원주민으로 전시되고, 방문객들 앞에서 계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강제로 춤을 추고 카누를 만들어야 했고, 심지어 짐승 소리를 내는 등 아주 야만적인 인간, 그야말로 식인종 행세를 강제로 해야 했다!
게다가 박람회 개막식 전에 떼죽음 당한 악어와 맞교환되어 독일로 강제 이송되어야 하다니... 그것도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정말 그들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으리라. 이 모든 게 사실이라니...
제국주의 시대의 유럽에서 식민지박람회라는 행사가 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전세계 식민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자국민에게 전시해 보임으로써,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얻으려는 기획이다. 이런 목적이니, 응당 과장되고 왜곡된 행사였다. 순진무구한 사람들을 두 달이 넘는 여행 끝에 불러 놓고는, 동물원의 짐승처럼 전시하는 제국주의자들의 행태에 분노가 인다.
이 작품은 이런 분노를 가만히 보듬어갈 뿐, 터트리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묘사로 식민지박람회와 제국주의 시대의 파리를 그려낸다. 독일로 떠나게 된 연인과 부족 사람들을 찾아 나선 두 청년의 발걸음도 결코 무겁지만은 않다. 사랑의 마음이 가득한 그들의 파리 탐험은 재밌기도 하고 익살스럽다. 그들의 눈에 비친 문명사회도 그들에겐 부러워할 만한 게 전혀 아니다. 자신들의 고향땅 누벨칼레도니, 천연의 숲, 드넓은 바다와 눈부신 초호만이 그들이 진정 꿈꾸는 곳, 지상의 천국이다. 향수와 조국애에 눈물짓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정말 찡했다. 아마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아서이리라. 그리고 마지막 장면, 세상의 선과 악을 다 경험한 후 우러난 노인의 말에 잔잔한 감동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