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시지요..." 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선생님앞에 엎드려 엉엉 소리가 나도록 울었다.
최연호 선생님은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간 우리 큰아이의 주치의셨고, 울고 있는 내 등을 한참동안 가만히 쓸어주셨다.
매일 조금씩 낮아지는 우리의 꿈을 선생님은 가만히 눈을 맞추고 설명해주시고, 우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셨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아버지를 떠나 보낸 한 친구는 삼성병원을 바라보는 게 불편하다 했는데, 나는 그 병원을 보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편 그리운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건 내 아이를 기억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둘째를 낳고 선생님께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선생님께서는 '아주 건강한 아이'라고 높게 앉아주시며 "네가 이제 이 집 장남이다."라며 크게 웃어 주셨었다.
처음 알라딘에서 선생님의 이름을 보고는 '기억 안아주기'란 참으로 '선생님 다운 책' 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 다운 조심스러움과 친절함, 그리고 타인을 깊이 이해하는 정중함이 책의 이곳저곳에서 느껴진다.
"기억은 세 종류로 이루어진다.
평생 지니고 싶은 좋은 기억,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
그리고 나를 완성시키는 좋은 '나쁜 기억'이 그것이다."P349
삼성서울병원에서의 그 기억들은 내게 '나를 완성시키는 "나쁜 기억"이였던 같다.
많은 이들이 지난 '나쁜 기억'속의 나에게 손을 뻗어 '나를 완성시키는' 기억으로 건너오길 바라여 본다.
이 책은, 그 길에 기꺼이 함께 하여 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