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속 현실적인 인간의 세계
Foch 2018/01/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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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루티드
- 나오미 노빅
- 14,220원 (10%↓
790) - 2017-12-21
: 763
소설 '업루티드'는 시골뜨기 소녀 아그니에슈카가 드래곤에게 선택받아 탑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겉으로 보면 순수하고 칠칠맞은 아그니에슈카가 깐깐한 드래곤과 수없이 마찰을 빚으며 마법을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드'의 공격에 맞서는 스토리다. 마법 세계관 답게 각종 마법들과 주문, 묘약, 그리고 설명만 들어도 기괴한 모습이 떠오르는 괴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까지였다면, 아마 소설을 바로 덮어버렸을 것이다. 솔직히 마법 세계관은 여러 이야기에서 나오는 소재이며, 각종 독특한 주문은 생소해서 기억하기 좀 어렵다. 그리고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구도는 말 그대로 단순해서... 그래서 소설을 읽다가 중반에는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다. 더 나아가 이야기가 뻔히 흘러가는건 아닌지 걱정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이야기가 후반에 다다르면, 즉, 아그니에슈카가 왕국으로 들어가면서 여러 정치적 대립, 그리고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렉 왕자와 왕세자 지그문트 간의 보이지 않는 왕위 쟁탈전, 그것을 부추기는 귀족들, 그리고 아그니에슈카와 알로샤가 우드의 공격을 앞두고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 등등.... 어느쪽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갈등이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우드'가 원하는 것이었으며, 우드는 왕국 내에 있는 세력들끼리 싸우다 자멸하게 한 뒤, 유유히 왕국과 여러 마을들을 집어삼킬 생각이었으며 거의 성공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마렉 왕자는 우드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었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마지막에 다다르면 여러 생각이 들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악의 축으로 여겨지던 우드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 왜 인간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고 공멸시킨뒤 마을을 유유히 삼키며 세력을 넓혀갔었는지에 대해 모든것이 밝혀지면서, 우드가 단순히 악의 축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우드'는 마치 인간에게 위협받는 자연세계를 대변하는것 같았다. 오히려 인간들의 탐욕과 야망, 폭력이 우드를 비롯한 모든 갈등을 만들어버린 듯한, 현실세계에서도 볼 수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떠오르면서 많은 여운을 남겼다.
'우드'와의 갈등과 정치적 분쟁 외에도 흥미로운 요소는 있다. 아그니에슈카와 드래곤(용이 아니라 마법사다)과의 관계, 아그니에슈카와 절친 카시아의 우정, 그리고 그들속에 숨겨져있던 감정, 아포칼립스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들의 광기, 심리변화, 아그니에슈카가 살던
골짜기 마을을 비롯한 여러 마을들의 생활모습 등등... 나오미 노빅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요소들이다.
다행스럽게도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웠던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보다는 선과 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여러 세력들 간의 이념 갈등이 나오는 이야기를 더욱 좋아했었으며, 소설 업루티드는 이러한 부분에서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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