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쌓인 책
  • 인생정원
  • 성종상
  • 17,550원 (10%970)
  • 2023-07-26
  • : 805
누군가에게 정원은 로망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귀찮은 잔디만 무성한 땅덩어리일 뿐이다. 나에게 정원은 아버지다. 식구 모두가 동식물을 좋아해서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만 살았다. 아버지는 대문 앞에 앉아 가꿔놓은 정원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셨다. 퇴근하고 대문을 열면 정원이 한눈에 보인다. 그럴 때마다 늘 아버지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환경설계학과 성종상 교수의 15년 고찰로 완성된 12명의 세계적인 명사들의 삶이 녹아 있는 정원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저마다의 의미와 이야기가 담겨있다. 건물보다는 정원과 주변 환경에 관한 설명에 집중했으며 인위적인 요소보다 자연환경 요소를 중시했다고 한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나 가상 세계의 등장에 현실 세계에서는 인위적인 것에 거부감이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은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아름다운 자연이 숨 쉬는 정원을 선물한다. 명사들의 정원생활을 통해 삶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사랑도 기쁨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며 평생 쉴 곳을 찾아 헤맨 헤르만 헤세 영혼의 안식처였던 정원들에서는 세심함과 아름다움이 보인다.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느낌이 들었다며 신혼생활을 시작한 가이엔호펜 농가는 현재 헤세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외벽 창문에 화사한 꽃들과 정원 중앙의 헤세 동상이 있다. 집 근처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와 집 앞 골목의 푸르름은 단정하면서도 아늑함을 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집주변을 생울타리로 둘러서 집과 정원 영역을 확실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사색과 명상을 즐겼던 독일 최고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충동과 열정을 탁월한 성취로 이끌어내 준 그의 정원들에는 채소밭과 조각상 등도 함께한다. 단순한 휴식을 넘어 관찰과 실험의 장으로 색채학, 식물학, 광학은 물론 건강한 식재료를 생산하는 실용원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정원의 식물들이 풀과 꽃으로 썩여 정신없어 보이긴 하지만 비평가이자 예술가인 괴테의 삶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 같았다.

태어난 지 오십 년 만에 반쪽 집을 지었다는 퇴계 이황이 생을 마칠 때까지 아끼며 머물렀던 계상서당은 최근에 복원됐다고 하나 퇴계가 직접 조성해 즐겼던 정원과 주위 경물은 사진상으로 봐서도 보기 어렵다. 낙동강 변 작은 계곡부 산기슭에서 강이 내려다보이는 3칸 규모의 도산서당도 지었다고 한다. 낙동강 하류 쪽으로 바라본 풍경과 낙동강 일몰로 정원은 삶의 필수품으로 간주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살면서 충만함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될까? 자연을 가까이하는 일이 휴식과 치유를 안겨주기에 지금이야말로 정원에 담긴 깊고 풍부한 뜻을 우리가 새삼 되새겨 볼 만하지 않을까?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