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살이 일주일 한 기분!
sosee 2023/11/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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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과 나
- 배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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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 - 2023-11-14
: 3,118
배명훈 작가님의 <화성과 나> 완독. 운 좋게 래빗홀 2기 북클럽에 당첨되어 접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래빗홀 출판사 관계자님.) 연작소설집이지만 ’인간‘ 주인공은 매 단편마다 달라진다. 하지만 ‘화성’이 주인공이고 매 단편이 ’화성에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란 면에서 연작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배명훈 작가님은 지난 2009년 <타워> 이후로 죽 팬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추리 쪽에 집중하면서 최신 한국 SF를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배 작가님은 소설집 안에서 어깨에 힘을 많이 빼고 친근하면서도 재미있는 화성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 부엌 아일랜드 식탁을 배경으로 찍은 이 <화성과 나> 사진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제에 부합하는 듯하다. (심지어 ㅋㅋ 양파망도 나옴! ㅋ)
추리소설에 ‘일상 미스터리’ 계열이 있다면 이 SF는 ‘일상 SF' 계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배명훈 작가의 <화성과 나>는 <마션>이나 그동안 나왔던 수많은 화성 관련 SF와 같은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는 보여주지 않는다. 시시할 정도로 사소하고도 잡다한 화성의 일상을 보여준다. 심지어 <위대한 밥도둑>은 간장게장이 소재다! 너무 잘나고 뛰어난 여자친구 조안과 사귀느라 인생이 힘든 평범한 기상학자 남친의 고민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화성에서 일어난 최초의 살인사건과 정반대 성격의 희나와 지요 이야기 <붉은 행성의 방식>,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대한 궤도선 사이클러 안에서 목숨을 걸고(?) 벌어지는 독특한 러브 스토리 <행성봉쇄령>, 화성소년과 지구소녀의 엇갈린 여정 <행성 탈출 속도>, 헛것(구체적으로는 로봇)을 보는 반음이 화성 개발에 대항하는 이야기 <나의 사랑 레드벨트>까지...다채로운 6가지 화성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창한 주제나 장엄한 풍광 묘사는 없다. 그저 화성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여 있다. 살인조차도 무덤덤한 일상의 일부요, 간장게장을 먹기 위해 꽃게를 신청해봤자 30년을 기다려야 하는 화성살이를 속속들이 그려낸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야심 없는 소박한 서사는 실제 화성에서 살아가는 듯한 실감을 느끼게 한다. 마침 이 소설집은 배 작가가 의뢰받은 ‘화성 이주 프로젝트’ 연구의 일환이자 결과물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작가는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상상해낸 화성살이를 논문과 소설이라는 두 가지 결과물로 만들어낸 것이다. 천만다행이도 우리는 논문쪽이 아니라 소설쪽을 택했다(할렐루야!).
매일 아껴가며 한편 씩 읽으니 일주일이 소요됐다. 즐거운 일주일이었다. 여러분에게도 이 낯선 즐거움을 권하고 싶다. 화성살이 일주일 어떠세요?
#배명훈 #화성과나 #연작sf소설집 #래빗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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