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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r7님의 서재
  • 붉은 궁
  • 허주은
  • 15,300원 (10%850)
  • 2023-10-25
  • : 9,903

"한국의 역사, 한국의 비극을 다루고 한국인 여성 탐정이 주인공인 책이 미국의 권위 있는 미스터리상을 탈 리가 없잖아? 그래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붉은 궁> 작가 허주은은 에드거상을 수상할 거란 기대 없이 수상소감조차 준비하지 않고 뉴욕 시상식으로 향했다. 마침내 그녀의 이름이 수상식장에크게 울려퍼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서양 역사와 서양 문화 소재가 아니라고 외면받지 않고, 한국의 이야기가 이토록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산다는 것이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붉은 궁>을 완독하면 모두 알게 된다. 이 소설이 단지 한국사극과 한류의 인기에 빚진 작품이 아니라는 걸. 허주은은 자신의 힘으로 에드가 앨런 포 상을 성취했다. 적어도 독자인 나는 그렇게 믿는다. 물론... 한류가 미국 독자와 평론단의 마음을 두들기는데 일조는 했겠지만 말이다.

허주은 작가는 한편의 매혹적이며 흡인력 강한 소설을 완성했다. 고로 배경과 소재가 한국과 내의녀라는 건 전혀 불리한 조건이 아니었다. 아마 허 작가가 쓴다면 그 어떠한 배경과 소재를 선택했더라도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붉은 궁>은 서두부터 독자를 빨아들인다. 보잘 것 없는 천민 출신의 내의녀 현이 세자빈의 호출을 받아 의원, 동료의녀와 함께 동궁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동궁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세자 저하가 아닌 늙은 내관. 그리고 세자빈은 그들에게 "세자를 진찰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늙은 내관을 진찰하면서 세자처럼 대하라니? 그제서야 그들은 세자가 실종되었고, 세자빈과 그 무리가 필사적으로 세자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세자는 어디에 있는가?

여기까지는 흔한 궁중 스릴러로 보인다. 하지만 그 세자저하가 바로 사도세자이고, 세자빈이 혜경궁 홍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러분은 18세기 영조시대의 한복판으로, 영조와 사도세자의 반목이 가장 거셌던 어느날 밤으로 뛰어들게 된다.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허 작가의 내공 덕분인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무리없이 술술 읽히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평이하고 쉬운 문장 아닌가 생각했지만, 나중에 읽고나니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작가만의 고심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잔인한 장면을 부드럽고 쉬운 문장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지나치게 날서고 장황한 문장이었다면 장면묘사가 이렇게 잘 와닿지 않았으리라. 다만 '우리 왕국'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반복되어 좀 거슬렸는데, 아무래도 한국어 번역본은 한국인 독자들이 읽으니, '조선'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가제본이라... 실제 출간본에는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모르겠다.

<붉은 궁>은 서두에 사도세자에 대한 큰 수수께끼를 던진 후 주인공 현을 통해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구조다.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고 긴장감이 넘치는 소설이면서 그 안에서 다채로운 인간군상의 갈등과 사연을 수준급으로 녹여냈다. 거기에다 현과 서 종사관 사이의 로맨스까지 곁들였다. 점점 추워지는 가을날, 오락과 감동 모두를 얻을 수 있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책이다. :-) 역사 미스터리 팬인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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