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찢어진 책장들이 풀과 스카치테이프로 정성스레 붙여져 있었다. 구겨진 책장에는 다리미로 누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목젖이 묵직해져 왔다. 서글픈 것을 본 탓이리라. 그가 책장과 함께 붙인 것, 다리미로 눌러 없앤 것. 그건 알코올 중독자이자 노숙자였던 한 남자의 희망과 절망이었다.
은행나무 1판 14쇄 167p
책을 보는 내내 광고에서 스쳐 본 배우들의 이미지가 계속 떠올라 상상이 어려웠다.
문장이 쉽게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몇가지 문장을 집어 조금씩 곱씹으면 연관이 없어보이던 단어들을 어쩜 이렇게 절묘하게 붙여놓았나 싶었다. 인상 깊었던 것이 위의 문장이다. 희망과 함께 책장을 붙였고 다리미로 절망을 눌러 없앴다.
책 전체를 곱씹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무언가 메시지가 있는 것이 느껴지지만 내가 아직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아서인지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몇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