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바렌고의 차분한 그림과 잔잔하게 흐르는 다비드 칼리의 언어가 만드는 고유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실은 사랑하는 이와 나누었던 아주 작고 소소한 일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바람의 결대로 흩날리는 머리카락, 내 앞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지고 싶게 만드는 간지러운 손가락, 사랑이 그득한 눈동자, 그리움이 드리운 어깨, 일상을 용감하고 덤덤하게 이겨내는 발걸음 등 그리움의 형태가 그리움의 소리가 그리움의 촉감이 일상을 가득 채우고 그런 하루 하루가 무심히도 잘 지나갑니다. 시간과 마음을 나눈 존재들과의 이별은 그 자체로 커다란 구멍이 되고 그 공허는 슬픔에 잠식되어 결코 채워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가까운 감각으로 가장 멀이 가버린 상대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보낸이와 남겨진이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는 이렇게 전하고 싶었던걸까요?
여전히 나는 당신을 그리워하지만
오늘도 나는 용감히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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