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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님의 서재
  • 차를 담는 시간
  • 김유미
  • 15,300원 (10%850)
  • 2023-02-20
  • : 597

깎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 여전히 어려운 여정이지만, 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p.6


견딜 수 없이 힘든 마음들이 차오를 때가 있다. 이안류가 몰아치는 바다 같다고 해야 할까. 

나이가 들어갈 수록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과 마음들을 마주하곤 한다. 지금의 내 모습이 딱 이렇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단단한 말들은 어지럽고 차가운 마음에 부드러운 포말이 되어 차오른다. 

이런 마음들을 품고 있는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도자기들은 얼마나 정갈하고 아름다울까.

작품 자체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그 안에 담긴 작가의 깊고 충만한 마음도 단정한 아름다움으로 전해질 것만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찻물을 끓이는 일이다. 모두가 일어나기 전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에게 집중하며 오늘의 일들을 다짐해본다. 그 시간은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인데 작가의 하루에도 나와 같은 시간이 겹칠 것만 같아 마음이 더 충만해졌다. 

그릇을 다듬으며 매일을 성실하게 쌓아가는 일. 똑같은 일상인 것 같지만 조용히 담아내는 시간의 결들은 견고하고 단단한 마음의 그릇을 다듬어 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넘침도 부족함도 없을 것 같은 간결한 작가의 삶이 책을 읽는 시간을 충만하게 채워주었다. 뾰족하고 날카로움만 남은 것 같은 내 소박한 마음이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커다란 삶을 다시 동경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여명을 보며 차를 마시고 하루를 시작했고 해가 지는 어스름한 노을을 보며 또 차를 마신다. 겹겹의 주황빛을 만들어내는 노을을 보고 있자니 노을을 담았다는 작가의 도자기가 궁금해진다.


묘한 보랏빛과 진달래 같은 분홍빛이 감돌며 그 안에 노란 별들이 콕콕 박힌 도자기. 어느 날엔가 바다에서 봤던 노을과 흡사했다. 드디어 바다 노을을 도자기에 담았다. p.127


매일 도자기를 빚고 차를 마시는 작가의 마음들은 다정하고 단정했으며 오랜 풍화를 겪고 다음어진 바위처럼 단단하고 견고했다. 내 삶도 작가의 마음을 닮길 바라본다. 정갈하고 단정하며 다정하고 단단한. 

이 지난한 시간들을 매일,매주,매달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다듬는 건 도자기가 아니라 나스스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P29
깎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 여전히 어려운 여정이지만, 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P6
묘한 보랏빛과 진달래 같은 분홍빛이 감돌며 그 안에 노란 별들이 콕콕 박힌 도자기. 어느 날엔가 바다에서 봤던 노을과 흡사했다. 드디어 바다 노을을 도자기에 담았다.- P127
도자기를 만드는 내가 좋은 삶을 살아야 그것을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삶이 묻어나리라는 믿음이라 해도 좋겠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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