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검사’는 누구인가 / 검찰청 소속 아닌 검사’의 가능성
언론기사 2017-09-04 18:21 교보블로그에 실었던 글
박찬운 | 등록:2017-09-04 09:18:00 | 최종:2017-09-04 10:12:21
우리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검사’는 누구인가
‘검찰청 소속 아닌 검사’의 가능성
며칠 동안 문준영 교수의 역작 <법원과 검찰의 탄생>이란 책을 읽었다. 1천여 쪽에 가까운 이 책은 제목대로 우리나라 법원과 검찰이 일제 강점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발전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서술한 법률전문가의 사서이다. 내가 이 책에서 특별히 관심을 둔 것은 역시 검찰부분이었다. 검찰공화국이라고도 불릴 만큼 강고한 검찰의 권한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고 오늘까지 이어져 왔을까?
검찰은 현재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공소 유지권을 갖는 명실상부한 권력이다. 이에 반해 경찰은 대부분의 사건을 수사함에도 불구하고 그 권한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강제 수사권은 어떤 경우에도 검사의 승낙이 없이는 안 된다.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위한 영장은 반드시 검사의 손을 거쳐 법관에게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경찰이 검사 관련 비리를 발견해 수사를 한다고 하자. 관련자의 인신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법원에 직접 청구하지 못하고, 검찰에 영장청구를 해달라고 요청(이를 실무상 ‘품신’이라 함)해야 한다. 검찰이 제 식구를 경찰이 조사한다는 데 제대로 협조를 하겠는가? 이래 가지고서야 경찰에게 수사권이 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절차적 제한은 단순한 법률사항이 아니다.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12조 3항은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검찰개혁의 핵심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늘 좌초되었다. 전문가들조차 경찰에게 완전한 수사권을 주기 위해선 헌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제껏 그런 생각을 했다. 위 헌법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 며칠 검찰과 그 구성원인 검사의 권한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그동안 생각해 온 것이 뭔가 고정관념에 빠져 본질적인 것을 보지 못했다는 깨달음이었다. 그것을 여기에 잠간 소개하고자 한다.
헌법이 말하는 ‘검사’는 ‘검찰청법에 의한 검사’(이게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검찰청 검사다)만을 의미하는가?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면서, 영장청구와 관련해 ‘검사’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검사를 헌법기관으로 보고 그 기관의 권한을 직접 규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헌법에서 규정된 ‘검사’는 당연히 하위 법률에 의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검찰청법일 뿐이다.
그러나 헌법상 검사가 검찰청법에 의해서만 구체화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다른 법률에 의해서도 헌법상의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검사는 만들어질 수 있다. 헌법은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은 강제수사는 법률전문가(검사)의 손을 거쳐서만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했을 뿐 그 검사의 구체화는 하위법률로 넘겼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헌정사는 이런 입법을 이미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군사법원법에 따른 군검사? 이것도 검찰청법에 의한 검사는 아니지만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다. 여러 차례 입법화된 특별검사법에 의한 특별검사? 이것도 검찰청법에 의한 검사는 아니지만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다. 요즘 논의되고 있는 공수처? 이것도 마찬가지다. 이 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국가기관으로 만들어진다면 그 근거는 위와 같이 헌법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헌법 개정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만일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주는 것으로 합의하면 헌법 개정 없이도 강제 수사권을 포함한 완벽한 수사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경찰 소속으로 있으면서 ‘영장청구를 담당하는 검사’(소위 경찰 소속 수사검사)를 입법화하면 되는 것이다.
박찬운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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