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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리님의 서재
  • 철학 르네상스의 대화
  • 이케다 다이사쿠.루 매리노프
  • 13,500원 (10%750)
  • 2026-07-03
  • : 2,815

"전자 계산기 시대에 주산을 전공한 셈"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대학원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은 이렇게 자조했다. 최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생이 컴퓨터공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비율은 챗GPT가 등장한 2023년 28.8%에서 2026년 올해 12.9%로, 2학기만 놓고 보면 3.5%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대로 "취업하기 어려운 과"로 불리던 서울대 철학과의 취업률은 2021년 55.6%에서 2025년 77.3%로 뛰어올라, 작년 기준 컴퓨터공학부 취업률을 넘어섰다. 대입 경쟁률도 철학과는 9.92대 1에서 15.56대 1로 상승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이 현상을 "AI 덕분에 컴퓨터 언어를 잘하는 능력보다 인간의 언어와 맥락을 이해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기업들이 더 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철학자를 정식 채용하고, 앤스로픽이 철학자 아만다 아스켈에게 AI 윤리 강령 구축을 맡긴 것도 같은 흐름이다.

'컴퓨터공학의 퇴조와 철학과의 부상'이라는 이 역전 현상은, 공교롭게도 세계적 불교 사상가와 철학 카운슬링의 선구자가 나눈 대담집 『철학 르네상스의 대화』가 국내에 새로 출간된 시점과 겹친다. 코딩이 AI에게 위탁 가능한 '기술'로 전락하는 동안, 정작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 — 질문하는 능력, 맥락을 읽는 능력, 삶을 해석하는 능력 — 을 다루는 학문이 다시 값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연이 아니라 시대의 증상처럼 읽힌다.

대담이 증명하는 것: 철학은 '언어를 다루는 기술'이었다

이 책에서 이케다 다이사쿠와 루 매리노프가 465쪽에 걸쳐 나누는 대화의 실체는 결국 '질문하는 능력'의 시범이다. 매리노프는 강의 첫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먼저 질문하라"고 말하며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고 한다. 이케다는 여기에 소크라테스를 겹쳐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끌어낸다"고 화답한다. 서울대 철학과 취업률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인간의 언어와 맥락을 이해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이 대담집 안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철학의 본업으로 다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격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마지막 영역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뜻밖에도 '격려'다. 매리노프는 철학 상담의 본질을 "내담자의 '내면의 철학자'를 깨우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상담자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답을 말하도록 용기를 북돋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이야말로 지금 빅테크들이 철학자를 채용하는 이유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AI는 정답에 빠르게 도달하는 능력에서는 이미 인간을 앞섰지만, 상대의 가능성을 "어디까지나 믿는" 비대칭적 신뢰, 그리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격려는 여전히 사람만이 걸 수 있는 것이다. 이케다가 강조하는 "일류 지도자는 실수보다 가능성을 먼저 본다"는 문장은, 코딩 능력이 아니라 이 격려의 역량이 다음 시대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예고처럼 들린다.

총평

취업률과 경쟁률이라는 냉정한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 이 흐름 속에서, 『철학 르네상스의 대화』는 시의적절한 텍스트다. 다만 이 책 자체가 'AI 시대의 철학'을 정면으로 다루는 것은 아니며, 스토아·실존주의·소크라테스적 문답이라는 이미 익숙한 철학사적 자산을 삶의 언어로 재배치한 대담집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데 있다기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뒤늦게 재발견하고 있는 '질문하고 격려하는 능력'이 실은 철학이 늘 다뤄온 오래된 기술이었음을 증명하는 데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서평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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