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이자 민중미술가인 김봉준의 <신화순례>는 서구 근대주의와 물질문명에 물든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원형적인 신화와 생태적 가치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긴 하다.
이 책을 위시하여 그의 신화 중심적 예술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역사적 객관성, 이데올로기적 편향성, 그리고 현대적 변용의 한계라는 측면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
신화는 구전과 상징의 영역이지만, 이를 시각화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보다는 화가 개인의 영성이나 직관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자칫 원형 문화의 복원이 아닌, '개인적 신념의 투사'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서구적 근대성을 비판하며 '영성의 시대'를 강조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논리적 담론보다는 신비주의적 세계관에 치우쳐 현대 대중과의 객관적인 소통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민중미술의 사회 비판 정신을 신화라는 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미래 지향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과거의 공동체나 토속 신앙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그의 예술은 강한 정치적 메시지와 결합되어 있다. 신화를 보편적 인류의 자산으로 보기보다는 특정 진영이나 민족주의적 서사를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신화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가쁜 숨을 돌이킬 수 있는 휴식처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서사구조는 신화를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도구로서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듯하여 읽을수록 피곤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