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빙빙님의 서재
  • 디어 라이프 (무선)
  • 앨리스 먼로
  • 14,400원 (10%800)
  • 2013-12-05
  • : 5,706

평균치의 삶을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내 언젠가의 꿈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것마저도 그다지 현실적인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안 지금은 '그저 평화롭게 사는 것'이 꿈이 되었지만, 여전히 평균치의 삶, 아주 평범한 삶은 많은 사람들의 목표가 아닐까 싶다.

 

캐나다의 문학을 인식하고 읽은 책이 많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내게 캐나다의 소설은 앨리스 먼로의 작품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작은 마을, 목장에 사는 소녀. 남자아이처럼 씩씩했지만 언젠가부터 여성으로 자라게 된 작은 소녀. 앨리스 먼로의 자전소설 <디어 라이프>에 보이는 주인공 소녀가 내겐 캐나다 소설의 여주인공으로 각인된 것이다.

 

꽤나 두꺼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삶의 한 순간을 담아낸다. 스치듯 지나갔던 사랑, 세월의 흐름이 인생을 지나간 자리들, 그리고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 그 때를 회상하는 관조적인 시선까지. 먼로의 시선은 그저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그 시점을 응시해본다. 반짝, 하는 중요한 순간을 보여주고는 후일담처럼 '지나간다는 것'을 말한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걱정했던 것들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심각했던것들도 어느샌가는 지나가서 기억 속에 꼬깃꼬깃하게 구겨 박아버렸다. 그러고 나면 그때 그 감정이 어땠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게 되었다.(기억하기 싫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사실 그 기억들은 어딘가 처박혀져 있을 뿐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디어 라이프> 같은 세밀한 단편들을 읽다보면 문득문득 펼쳐져 눈앞으로 나타난다.

 

그런 소설들이 있다.
내 기억과 같지는 않지만 잊고있던 기억 한 웅큼을 종내 꺼내게 만드는 소설.
그래서 끝내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디어 라이프>가 내게는 그렇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416p.

 

그때 나는 생각했다. 오래 살다보면 많은 문제들이 그냥 해결된다고. 197p.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넌 모를 거야. 모든 걸 받아들이면 비극은 사라져. 혹은 가벼워지지. 어쨌든 그러면 그저 그 자리에서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돼."142p.   

 

"당황하지 마요. 보이는 것처럼 나쁘지는 않으니까. 그냥 저절로 눈물이 나요. 평생 울 것만 아니라면 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115p.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