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사냥꾼 서평
재키 2019/05/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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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방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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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읽는 것을 좋아한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물론 범인을 찾은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추리소설을 읽으며 언제나 매번 '왜 내가 짐작하는 사람은 범인이 아닐까' 를 고민하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런 식으로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아니니 최대한 변두리의 이야기만을 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시길.)
나는 책을 읽으면 언제나 먹는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만을 기억하는 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스카웃이 밥상에서 '그 거지 같은 햄' 을 운운하는 장면을 기억하고 <공의 경계>에서는 고쿠토가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오는 장면 같은 것을 기억한다.
영국 배경의 소설이라 그런지 다들 챕터마다 차를 마시거나 차를 마시러 가자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나도 뭘 챙겨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늘 먹는 이야기를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하게 되는데(쓸모없는 부분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다 먹고 살자고 일하는 것이기도 하고 책을 정신없이 읽다가 보면 먹고 마시는 것을 까먹기 마련인데 약간의 환기를 하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이라고 느껴서이다.
나방사냥꾼은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중의 한 권이며 하버 스트리트 다음에 이어지는 권이기도 하다. 시리즈물은 차례로 읽어야 하는 성격이라 일단 하버 스트리트를 다 읽고 나방사냥꾼으로 넘어왔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순서를 꼭 지켜 읽을 것까지는 없는 이야기 구성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차례로 읽은 덕분에 이야기를 거쳐오면서 하버 스트리트에서는 좋았던 인물이 나방사냥꾼에서는 왠지 마음에 안 들고, 내 마음이 변한 이유가 뭘까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버 스트리트에서는 베라와 다른 여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나오는 이야기라 그런 것인지 좀 더 페미니즘적인 장면이나 대사 같은 것들이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만 나방사냥꾼에서는 조금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쨌든 주인공부터가 커다란 덩치의 경찰이라(베라의 겉모습을 설명하면서 다들 덩치에 대해서 꼭 언급함) 어떤 면으로든 페미니즘적인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가 전부 국내에 발매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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