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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grey님의 서재
  •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바바라 크리드
  • 19,000원 (5%570)
  • 2017-06-23
  • : 1,076
예전에 공포물을 볼 때, 무엇이 공포의 대상이며, 공포의 대상이 공포를 자아내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공포의 대상에게 인물들이 왜, 어떻게 당하는지가 사회문화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장화홍련 설화에서 장화의 계모가 장화를 가리켜 죽어마땅하다며 드는 명분은 장화가 사통하여 임신하고 숨기기 위해 낙태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장면이 나오는 것은, 다시 말해 연애와 성관계와 낙태는 징치해 마땅할 짓이라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아직도 작동하는 통념.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은 읽기 전에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정말정말 어려웠다.

그게 단순하게 공포영화를 풀어낸 수준이 아니라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비체와 아브젝션에 기대어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인데, 프로이트도 잘 모르고 라캉도 모르고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현대철학은 더더욱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 책은 이론만 쓰여진 게 아니라 공포영화를 분석한 책이다.

나는 공포영화를 보지 못해서 이 책에서 언급된 영화들은 정말이지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책에서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은 워낙 유명하기에 줄거리와 미장센을 토막이나마 알고 있고, 그게 그나마 독서에 도움이 되었다.

에일리언, 캐리, 엑소시스트, 사이코 같은 유명한 영화들이 분석될 때야말로 이 책이 기댄 이론의 실례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성혐오적인 시각이 도드라지는 영화이지만 영화 안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렸는지 그려내는 것 자체가 여성혐오를 증명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좋은 책이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결론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론을 향해 전개해나가는 문장 하나 챕터 하나가 중요하다. 최근 읽은 인지과학 책에서 한 번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읽어나가며 이해해나가는 게 새로운 세계와 뇌의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었다. 너무 어려운 책이라 엄두가 나지 않지만, 재독에 도전해야지. 재독 전에 프로이트의 꼬마 한스를 읽고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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