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에 깃든 어린 영혼.
순이아빠 2022/04/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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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 애희, 세상에 맞서다
- 장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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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 2020-08-05
: 33
볼이 통통한 애희는 천성이 밝고 곱다.
귀여운데다 영특하다.
어머니 한 씨는 그런 애희가 아비를 따라 선비들 시모임에 따라다니는 게 달갑지 않다.
애희는 시를 짓는 아버지에게서 그윽한 사람의 향기를 느낀다. 시모임에 오는 선비들 모두 그럴거라 여기지만, 선비들은 예닐곱 밖에 되지 않는 어린 애희를 보고 미인이라는 말을 늘어놓는 데..가관이다.
얼마 뒤, 전쟁이 나고 애희의 아버지 신초관은 왜군과 싸우다 목숨을 잃는다.
마침내 집으로 쳐들어온 왜병들은 어머니 한 씨까지 짓밟고 떠나는데.
아랫사람 돌이네와 어머니 한씨, 애희는 서둘러 몸을 피하지만 가는 길에 또 한 무리의 왜병들을 만난다.
어머니 한씨와 돌이네마저 목숨을 잃고..
왜장은 어여쁜 애희만 말에 태우고 떠난다.
3년 동안, 애희는 왜장의 딸 노릇을 하며 목숨을 부지했다.
왜병들이 물러나는 날, 퇴로가 그려진 지도를 안고 뒤주에 숨는다.
애희는 조선군에 발견되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임 사또는 어릴 적 시모임에서 자주 봤던 현감이다.
사또도 애희를 알아보지만, 열 다섯이 된 애희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어쩔꺼나.
기생 명부에 올리라는 명까지 내리니 기가 막힌다.
잠자리 수발을 드는 애희는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기만 하고.
사또는 수시로 연회를 열고, 뇌물을 걷기 위한 자리에 술 시중을 들게 하는 데.
애희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시 한 수를 비장한 마음으로 읊고,
낙화암에서 붉은 치마를 뒤집어쓴 채 뛰어내린다.
예닐곱살 어린 애희는 전쟁을 겪으며 열다섯 소녀가 되었다.
꽃같은 소녀가 망가져가는 나라와 탐관오리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리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니 너무 통탄스럽다.
아, 낙화암에 깃든 영혼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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